류현진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펼쳤던 경기 내용은 정말 엉망이었어요. 올 시즌 전체를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류현진은 마치 마이너리그 선수처럼 제구가 안 되어 할 수 없이 가운데 던지다 안타 맞는 그런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팀 내 5선발을 보는 것 같았고, 메이저리그에 처음 선발 등판하는 마이너리거 같은 경기를 펼쳤어요.
국내 언론들은 류현진의 부진한 모습에 실망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과 다저스는 두들겨 맞았다는 제목과 함께 본문에서는 파괴되었다고 표현을 했어요. (Hyun-Jin Ryu, Dodgers get roughed up in 14-5 loss to Tigers. the Dodgers and Ryu got destroyed.) 국내 언론들은 LA 타임스에서 표현한 '파괴 되었다'는 말을 제목으로 사용하며 야구팬들을 자극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언론과 미국 팬들 사이에서 트레이드 루머까지 번졌습니다.
사진 출처: MLB.com
류현진은 지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에서 보여준 내용과 흡사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이언츠 경기에서는 2이닝 6실점을 했고, 타이거스 경기에서는 2.1이닝 7실점을 했어요. 두 경기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두 팀은 월드시리즈 경험이 있는 팀이고, 타자들이 개인적인 성향을 띄는 팀이 아니라 팀플레이를 잘하는 끈적끈적한 팀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이언츠 경기는 지구팀 간의 대결이었고, 타이거스 경기는 아메리칸리그 제도인 지명타자가 나섰던 경기였습니다.
류현진은 1회 5득점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심지어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1회 류현진의 투구는 선두 주자 볼넷을 보내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역시 류현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미구엘 카브레라를 상대로 던졌던 투구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류현진은 몸쪽 깊게 슬라이더를 던져 카브레라의 스윙을 유도해냈고, 바깥쪽 낮게 제구된 패스트볼로 환상적인 루킹 삼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류현진 vs 미구엘 카브레라 최고의 승부
출처: MLB.com
1번째 공: 다저스 포수 A.J 엘리스는 초구를 바깥쪽으로 무릎보다 더 낮게 패스트볼을 요구했습니다. 요구한 만큼은 좋은 공은 아니었지만 파울을 만들어 냈습니다.
2번째 공: 몸쪽 높은 패스트볼 사인을 냈습니다. 류현진은 좀 높게 던졌습니다.
3번째 공: 엘리스는 세번째 공을 다시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로 요구했습니다. 스트라이크인줄 알았으나 심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은 투심처럼 보이고, 젠슨의 커터처럼 약간 휘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을 걸쳤습니다. 정말 아까운 공이었어요.
4번째 공: 바깥쪽이 공략이 안되자 회심의 몸쪽 공으로 승부를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카브레라가 바깥쪽 공에 거들떠보지 않았고, 판 정은 볼이었기 때문에 바깥쪽 승부를 가져갈 이유가 없습니다. 또 볼카운트 2-2이기 때문에 타자가 몸쪽 공에 속으면 더 좋고, 속지 않으면 다음 승부를 바깥쪽으로 가져가면 됩니다.
엘리스는 몸쪽 낮은 공은 슬라이더를 요구했어요. 류현진은 낮게 던졌고 엘리스가 요구했던 것보다 더 몸쪽으로 파고들었죠. 알고도 속는 커쇼의 슬라이더 같았습니다. 류현진은 이렇게 던져야 합니다.
5번째 공: 류현진은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낮게 걸치는 패스트볼을 던졌고 카브레라는 멀뚱멀뚱 공을 지켜본 채 삼진 아웃당했습니다. 최고의 승부였습니다. 엘리스의 볼 배합이 좋았고, 류현진의 제구는 환상적이었습니다. 90~91마일에 형성되던 패스트볼의 구속을 93마일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류현진이 아메리칸 리그 MVP 미구엘 카브레라를 삼진 잡는 장면
삼진 장면을 슬로우 비디오로 무려 2번이나 보여줌
이번 경기에서 정말 의문스러운 게 1회 그렇게 잘 던졌는데 왜 2회 리듬이 무너졌을까요? 무너진 이유는 류현진이 밝혔듯이 제구 난조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컸고 가운데 몰린 공은 전부 몰매를 맞았습니다. 2회에 류현진이 무너졌던 이유중 하나가 심판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는 공을 제대로 잡아 주지 않았습니다. 1회 좋았던 류현진이 2회 왜 이리 쉽게 무너졌는지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류현진의 강점이 약점으로 노출된 경기였습니다. 바깥쪽 공의 판정은 심하게 엄격했습니다. 류현진이 아슬아슬한 공이나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까지 잡아주지 않자 어렵게 경기를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판은 바깥쪽 공보다 몸쪽 공을 잘 잡아주는 편이었습니다. 엘리스는 바깥쪽이 막히자 몸쪽 공을 요구했고, 류현진이 몸쪽에 던진 공은 가운데로 몰려 쉽게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류현진은 높낮이 컨트롤이 좋지 않지만, 좌우 컨트롤은 기가 막히게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자신의 강점이었던 좌우 컨트를까지 좋지 못했고, 무릎 높이로 제구되는 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류현진의 최고의 무기인 체인지업마저 무릎 높이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앨리스 포수를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앨리스 포수의 볼 배합 과정이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앨리스는 대체로 낮은 공을 요구했고 바깥쪽을 던지기 위해 몸쪽 공을 요구했고, 또 바깥쪽이 막혀 몸쪽을 요구했습니다. 앨리스의 볼 배합은 대체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의 제구는 높게 형성되었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가는 공은 대부분 벨트 높이에서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타자들의 연속 안타가 이어졌습니다.
류현진이 허용한 1안타 10개는 벨트 높이에서 형성된 공이었다.
안타가 된 공 대부분이 벨트 높이인 노란색 선에 물려 있다.
이번 경기는 류현진에게 바깥쪽 공이 막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와 공이 높게 제구될 때 어떻게 제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숙제를 남겨 주었네요. 류현진이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서 무릎 높이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승승장구하는 커쇼가 잘하는 비결은 향상된 바로 제구력에 있었고 특히 무릎 높이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로 큰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자신의 목표인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꼭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올해 맘대로 잘되지 않네요. 류현진은 마음에 짐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선발 투수가 평균자책점을 3점대 초반, 3점대 중반까지 기록하면 좋은 선수로 인정받습니다. 2점대 평균 자책점은 잊어버리고 팀이 이기는 경기를 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처럼 집착하면 할수록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마음의 부담을 털어버리길 바랍니다.
시즌 초반에 류현진이 밥 먹듯이 했던 무실점 경기가 4월 1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로 없습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지막 경기에서 언제 부진했느냐는 듯이 7~8이닝 무실점 경기를 다시 펼쳐주었으면 합니다. 전반기 파드리스와 마지막 경기는 올스타인 타이슨 로스(Tyson Ross)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로스는 앤드류 캐쉬너가 없어 팀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또 로스는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혀 파드리스팀에서 유일하게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입니다. 로스의 최근 성적은 3경기 22이닝 1승 2패 1.64 ERA 삼진 22개로 페이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류현진의 마지막 경기 맞상대인 로스와 대결은 분명 힘든 경기가 될 것입니다. 류현진이 부진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며 마지막 경기에서 이왕이면 무실점 경기를 꼭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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