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가지고 있는 구종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가 있는데요, 슬라이더를 조금 더 세분하면 느린 슬라이더, 하드 슬라이더, 커터성 슬라이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류현진은 커쇼표 하드 슬라이더를 장착했고, 커쇼 전용 포수 A.J. 엘리스의 리더에 따라 커쇼처럼 하드 슬라이더를 구사했습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처럼 빠른 하드 슬라이더로 예전과 다르게 타자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먼저 류현진이 가지고 있던 체인지업이 왜 난타를 당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장착한 슬라이더가 예전 슬라이더에 비해 어떤 특성이 있는지 살펴본 후 다른 구종의 움직임도 함께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다음 류현진이 새로 장착한 하드 슬라이더로 타자를 어떻게 요리하는지와 구종별 타자를 어떻게 공략하는지 소개하겠습니다.
류현진의 구종 체인지업, 하드 슬라이더, 커브 파헤치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전 글에서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커쇼의 슬라이더와 유사하다고 밝혔는데요,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류현진이 던진 구종 중 이번에 던진 하드 슬라이더 외에는 작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습니다. 달라진 부분을 찾아낸다면 패스트볼이 아주 약간 구속이 0.38mph(0.6km/h) 정도 올랐고, 체인지업이 약 2.64mph(4.2km/h) 빨라졌습니다. 또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거리차가 작년보다 0.8cm 더 가까워졌습니다. 패스트볼 구속과 거리차는 미묘한 차이라서 무시해도 좋을 수치인데요, 체인지업은 작년에 패스트볼과 구속차이가 17.6km/h 나던 것이 올해 구속차이가 13.8km/h로 줄어 들었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수직, 수평 움직임이 부족해 패스트볼과 구속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효과적인데요, 수치를 살펴보면 작년에 비해 체인지업 구위가 좋지 않습니다.
류현진 |
Fourseam |
Change |
구속차mph |
구속차km |
거리차inch |
거리차cm |
2014 |
91.4 |
82.82 |
8.6 |
13.8 |
3.4 |
8.6 |
2013 |
91.12 |
80.18 |
10.9 |
17.6 |
3.7 |
9.4 |
참조: 브룩스베이스볼 PITCH/fx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위 변화가 작년보다 올해 높아진 류현진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을 전부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체인지업 피안타율 변화
2013년 시즌 전체 0.164 -> 2014년 6월 13일 0.472 -> 2014년 7월 13일 0.318
류현진이 올해 체인지업이 많이 맞았던 이유는 작년에 많이 당했기 때문에 올해는 체인지업을 철저히 분석했고, 타자들이 체인지업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고 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류현진이 작년에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당할 때도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렸고,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당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기 탈출용으로 던졌던 체인지업이 파울로 커트되거나 안타가 되어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체인지업은 다른 투구와 대비를 이룰 때 좋은 효과를 보이는 구종인데요, 타자가 속지 않고 미리 대비한다면 얻어맞기 쉬운 공으로 전락합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이 거의 같습니다.
2014 올스타 AL리그 선발 투수였던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올해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가 가장 좋은 투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정상급이었는데요, 류현진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큰 변화 없는데,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왜 이렇게 몰락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한데요,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은 분석 당해도 치기 힘든 구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은 구속이 패스트볼처럼 매우 빠르고, 류현진의 체인지업보다 낙차도 약 2.5배 더 낮고 좌우 움직임마저 약 2배 더 좋습니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은 싱커로 불러도 될 만큼 빠르고 날카롭게 떨어지는데요, 낙차 폭이 슬라이더와 비슷합니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 말고도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다른 선수의 체인지업을 분석해보니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궤적 차이가 15cm~20cm 정도 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류현진의 궤적차이는 6.7cm로 작은 편입니다. 따라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대비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세에 몰린 류현진은 빠르고 날카로운 변화구가 필요했습니다. 빠르고 날카로움을 충족시켜주는 구종이 바로 변종 패스트볼인데요, 투심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이 있습니다. 류현진은 부상 공백기 때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필살기를 연마했고, 손혁 해설위원을 통해 허니컷 투수 코치에게 커터 그립과 던지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고 전했습니다. 류현진이 소개한 컷 패스트볼 그립을 보면 커터 그립처럼 보입니다. 커터의 대가로 알려진 아래 그림 속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그립과 비교를 해보면 조그마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은 왼손잡이라 비교를 위해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그림을 바꾸었습니다.
왼쪽 그림: 류현진 커터 그립, 오른쪽 그림: 마리아노 리베라 커터 그립
가운데 그림: 비교를 돕기 위해 류현진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변환
위키피디아 한글판에서 소개하는 슬라이더 그립
왼쪽 그립과 가운데 그립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슬라이더 그립
오른쪽 그립은 종 슬라이더로 소개되었는데 마리아노 리베라 커터 그립과 흡사하다.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위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리베라 커터는 일반적인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류현진의 커터 그립은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투심 패스트볼 그립 방향으로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네요. 슬라이더 그립은 잡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류현진처럼 잡을 수도 있고 그 반대 모양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류현진이 현재 던지는 하드 슬라이더가 위에서 밝힌 그립과 같은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류현진의 투구 동작 시 찍혔던 사진을 검토해보면 저 그립에서 하드 슬라이더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 슬라이더로 추정되는 그립, 왼쪽 그림: 7/13 샌디에이고전, 오른쪽 그림: 5/26 신시네티전
커터로 대표되는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와 켄리 잰슨(Kenley Jansen)의 커터는 수직 움직임보다는 수평 움직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또 두 사람의 커터는 싱커처럼 가라앉지 않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부상 복귀 후 신시네티전(5/26)에서 던지기 시작한 빠른 슬라이더는 기존의 슬라이더만큼 각이 나오지 않았던 관계로 커터로 분류되었습니다.
마리아노 리베라 패스트볼(싱커)와 커터의 움직임
커터는 수직 움직임보다 수평 움직임이 크다. 마리아노의 패스트볼은 가라앉기 움직임 때문에 투심이나 싱커로 분류된다. 마리아노의 커터는 자신의 패스트볼보다 수직 움직임이 더 높다.
커터에 대해 궁금하시면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현재 던지고 있는 하드 슬라이더는 기존의 슬라이더보다 훨씬 빠른 구속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궤적은 기존의 슬라이더처럼 아래로 많이 떨어지고 옆으로 많이 휩니다. 그러므로 커터로 분류하는 것보다 슬라이더로 분류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류현진 본인도 커터가 아니라고 언급했고 Pitch/fx로 유명한 브룩스베이스볼에서도 7월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던졌던 빠른 슬라이더를 커터가 아닌 슬라이더로 다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는 커터의 궤적에서 벗어나 확실히 슬라이더와 같은 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류현진이 던진 빠른 슬라이더가 브룩스 베이스볼에서 커터로 잡혔던 날짜
LAN@CIN (6/11/14), LAN@SDN (6/22/14), CLE@LAN (7/2/14)
패스트볼처럼 보이는 빨라진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고, 타자들은 빠르고 낙차 큰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분석 당해 피안타율이 높아졌지만, 하드 슬라이더는 공의 위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분석을 한다고 해도 타자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이유와 같습니다.
2013년 류현진이 볼카운트 0-2로 유리하고 잡고도 타자가 유인구에 속지 않는 바람에 볼넷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결정구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작년일이니까 다나카와는 별개로 류현진이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고생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어요. 류현진이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포크볼을 선택할리가 없습니다. 류현진의 선택은 빠르고 각이 예리한 하드 슬라이더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기량이 좋을뿐더러 수준 높은 공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류현진 공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할만한 공입니다.
류현진 구종별 수직, 수평 움직임 비교
류현진의 커브는 체인지업처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요, PITCH/fx자료를 보아도 작년 커브와 올해 커브는 동일하다고 볼 정도로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끔 커쇼만큼 낙차 큰 커브를 보여줄 때가 있었는데요, 2014년 3월 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가진 미국 본토 개막전이었습니다.
2014년 커쇼 커브 평균 수직 움직임 -8.67
LAN@SDN (3/30/14) 수직 움직임 -8.82
SFN@LAN (4/04/14) 수직 움직임 -8.18
LAN@SFN (4/17/14) 수직 움직임 -8.44
LAN@CIN (6/11/14) 수직 움직임 -8.32
마이너스(-) 값이 클수록 아래로 향하는 움직임이 큽니다.
류현진의 커브의 구위는 가끔 커쇼의 커브만큼 낙차 큰 궤적을 보여줬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류현진 커브가 이번 경기에서 아주 돋보였는데요, 바로 커브의 명품 제구였습니다. 얼마 전 파드리스 신인 투수 제시 한(Jesse Hahn)이 패스트볼과 커브볼 2가지를 앞세워 다저스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요, 류현진이 제시 한처럼 패스트볼과 커브볼로 상대해도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브의 명품 제구와 위협적인 하드 슬라이더를 장착한 류현진은 하반기를 전망을 아주 밝게 해줍니다.
2부는 여기서 마치고 카운트별 타자 공략 방법을 3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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