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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메이저리거/류현진

류현진과 엘리스 배터리 카운트별 코스별 타자 공략 방법

1, 2부를 보지 않으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볼 배합에 정답이 있을까요? 결과에 얽매여 해석되는 경향이 많은데요, 결과가 좋으면 정답이고 시도가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정답이 아니게 됩니다. 7/13 류현진 경기 때 9회 마무리 켄리 잰슨이 나왔는데요,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이 거의 없었습니다. 포수 A.J. 엘리스는 바깥쪽 낮은 볼을 요구했으나 켄리 젠슨은 포수 미트 부근으로 높게 던졌습니다. 결과는 2사 1, 3루 위기 상황을 멋지게 탈출시켜주는 삼진이었죠. 



예전에 엘리스가 높은 공으로 삼진 잡기 위해 요구했는데요, 그 날 경기에서 실투로 한 번도 높은 공은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6월 16일 쿠어스 필드에서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호투한 콜로라도 경기에서 옥에 티가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무실점 경기가 가능했을 정도로 정말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엘리스는 2아웃 볼카운트 0-2 상황에서 삼진을 잡기 위해 높은 볼을 요구했으나 류현진은 타자가 치기 좋을 만한 코스인 몸쪽 적당한 높이로 공을 던집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홈런으로 이어졌었죠. 엘리스가 자살골을 넣은 거죠. 


타자는 2아웃에 주자가 없으면 큰 것을 노립니다. 장타로 이어져야 득점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타자는 볼카운트 0-2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공에는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는데요, 얼씨구나 몸쪽으로 형성되는 빠른 공이 들어 옵니다. 빠른 공은 느린 공과 다르게 힘을 덜 실어도 반발력이 좋기때문에 배트 중심에만 맞게 되면 장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류현진의 높은 몸쪽 공은 홈런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과가 말해주듯 그 상황에서 높은 공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켄리 잰슨처럼 타자가 헛스윙해줬다면 그 상황에서 높은 공이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공을 던졌는데, 홈런을 맞았다면 낮은 공은 정답이 아니게 됩니다. 


류현진 실투 로사리오 홈런


레네드 코페트는 20세기 미국 스포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언론인으로 유명한데요, 그가 쓴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투수들은 똑같은 공을 세 번 연속 던지지 말라는 주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타자는 세 번 연속해서 같은 공이 들어오면 궤적과 타이밍에 익숙해져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아집니다. 타자 입장에서 투수가 똑같은 공을 세 번 던지지 않을 것이므로 다른 공을 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때 투수가 똑같이 던진 세 번째 공은 허를 찌르는 공이 됩니다. 타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되기도 하고 실투가 되기도 합니다. 


코페트는 실전에서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는 일반적인 투구 패턴을 소개하는데요, 몸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던지는 것과 스피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구질과 코스에 따른 타자의 장단점도 파악해야 하고, 투수가 어떤 구종의 공이 좋은지 컨디션 상태도 고려해야 합니다. 날씨와 환경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수비수들의 위치에 따라 볼 배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최고의 정답은 없지만,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볼 배합을 가져갑니다. 


류현진과 엘리스 배터리는 어떤 볼 배합으로 타자를 요리할까요메이저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커쇼표 하드 슬라이더는 류현진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하드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류현진이 어떻게 타자를 공략했는지 다루어보겠습니다. 또, 7월 13일 경기에서 그전과 달라진 볼 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카운트별 타자 공략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카운트 초반 (1구와 2구)

포심 패스트볼 

류현진과 A.J. 엘리스 배터리(이하 류엘 배터리)는 초구를 패스트볼 바깥쪽 낮게 가져가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이 경기에서 엘리스는 초구를 처음으로 몸쪽 패스트볼을 요구했었는데요, 가운데로 살짝 몰리면서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며 들어가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의 눈에 들어옵니다. 초구는 타자들이 풀스윙을 하는 경향이 많아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안전하게 바깥쪽 낮은 볼로 가는게 좋고, 실제로 류엘 배터리는 대부분 초구를 바깥쪽으로 가져갔습니다.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은 치게 되더라도 1루 쪽 파울이 될 가능성이 높아 스트라이크를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커브

카운트 초반에 바깥쪽 낮은 공과 더불어 스트라이크 존에 낮게 걸치는 커브를 사용했습니다. 카운트 초반에는 상대 타자가 노리는 공이 아니라면 배트가 잘 나가지 않습니다. 타자들은 카운트 초반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오는 패스트볼을 염두에 두는데요, 뜻밖에 커브볼이 온다면 쳐다만 볼 확률이 높습니다. 낮게만 형성된다면 타자가 치더라도 헛스윙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커브볼의 제구가 좋았고, 커브로 쉽게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갔습니다. 커브 다음에는 패스트볼을 쓰는 경향이 높았고, 마찬가지로 패스트볼 다음에 커브볼을 쓰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체인지업

경기 후반에는 패턴을 바꿔야 하는데요, 류엘 배터리는 경기 후반에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초구, 2구에 사용하여 스트라이크를 잡아갔습니다. 


슬라이더 (X)

류엘 배터리는 초구로 슬라이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포수 엘리스가 단 한 번 초구로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요, 그 슬라이더는 운이 나쁘게도 안타가 되어버렸습니다.


류현진 볼카운트 초반,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카운트 초반에는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과 낮은 커브볼을 던졌고, 후반에 체인지업을 사용했습니다.



카운트가 불리할 때 

볼카운트 2-0, 3-0, 3-1 상황


패스트볼, 체인지업

류현진이 초구와 2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지 못해 불리한 카운트가 되었습니다. 류현진은 불리한 볼 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사용했고, 바깥쪽 낮은 코스로 공략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은 3번밖에 없었습니다. 류엘 배터리는 이런 상황보다 카운트가 유리할 때 어떻게 공략해나갈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했습니다. 


류현진 볼 카운트 불리, 패스트볼, 체인지업


카운트가 불리할 때 주로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사용했습니다.



볼 카운트가 앞서 나갈 때 


하드 슬라이더 

무시무시해진 하드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류현진은 오른손 타자 상대로 몸쪽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냈습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 제구가 예술이었는데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정도 벗어난 아주 예리한 코스로 공략했습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몸쪽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로 생각하고 스윙을 하는데요,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에서 빠르고 낙차 크게 떨어지고 몸쪽으로 더 휘어 타이밍 잡기가 힘듭니다. 


류현진이 2013년에도 오른손 타자 상대로 가끔 슬라이더로 몸쪽을 공략했는데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타자가 몸쪽 슬라이더를 거들떠보지 않거나 볼이 되거나 파울로 걷어냈기 때문에 몸쪽 슬라이더로 삼진 잡는 경우가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의 몸쪽 슬라이더가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하드 슬라이더로 10개의 삼진 중 5개의 삼진을 잡았으니 우리의 기억 속에 제대로 낙인을 찍었네요. 


하드 슬라이더는 볼 카운트가 앞서 있을 때 바깥쪽 공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습니다. 슬라이더가 볼이 되더라도 타자에게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몸쪽에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몸쪽 공 다음에 들어오는 바깥쪽 공은 타자가 더 멀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강력한 슬라이더는 류현진의 투구 자체를 플러스시켜주는 그런 빛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바깥쪽 공 체인지업이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명품 커브 

이번 경기에서 색다른 점은 류현진이 커브를 그동안 보여주는 공으로 가끔 던졌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커쇼처럼 초반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낮은 커브와 삼진 잡는 더 낮은 커브를 구분해서 던졌습니다. 류현진은 커브로 삼진을 2개나 잡았고, 무려 3개나 커브로 범타를 이끌어냈어요. 커브로 맞은 안타는 1개밖에 없었습니다. 예전 류현진이 커브 던지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달랐고, 커쇼처럼 그렇게 커브를 던졌습니다. 이날 던졌던 커브의 궤적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구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류현진이 슬라이더와 동시에 커브까지 제구가 완벽했던 날이었습니다. 이 두 변화구가 안정적으로 제구만 된다면 다저스에는 커쇼가 2명 있는 겁니다. 류현진이 이 변화구에 정말 눈을 뜬 걸까요?


명불허전 체인지업

슬라이더와 커브로 상대를 초토화하자 체인지업을 던지는 게 정말 쉬워졌는데요, 류현진은 낮게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던져 파울이나 범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헛스윙이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았고, 파울 4번, 범타가 4번 이루어졌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좋지 못한 타구를 만들어 내어 체인지업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였습니다. 


류현진 볼카운트 유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카운트가 유리할 때 몸쪽 낮게 파고드는 하드 슬라이더와 홈플레이트 근처로 낮게 들어오는 커브와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는 류현진이 코스별로 어떤 구종 선택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앞서 우타자 기준으로 설명했는데요, 7월 13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좌타자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단 한 번도 던지지 않았습니다. 왼쪽 타자 상대로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면 가운데로 휘어서 들어가기 때문에 타자들에게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맞상대 선발 투수였던 타이슨 로스(Tyson Ross)는 다저스 매팅리 감독이 "오늘 그의 구위가 아주 더러웠다(filthy)"고 칭찬할 정도로 아주 좋은 투구를 했는데요, 하나의 실투가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로스는 우타자 푸이그 상대로 바깥쪽으로 던지려던 슬라이더가 실수로 몸쪽으로 들어왔고 푸이그는 이 몸쪽 공을 제대로 받아쳐 안타로 만들었습니다. 류현진이 좌타자 상대로 몸쪽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포수는 푸이그의 약점인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타이슨 로스 선수는 요즘 뜨고 있는 선수인데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코스별 구종 선택


우타자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류현진 코스별 구종 선택, 슬라이더,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바깥쪽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그랬고, 현재도 변함이 없네요. 바깥쪽은 주로 불리할 때 사용하는 코스입니다. 바깥쪽에 슬라이더를 던지지는 않습니다. 바깥쪽에서 슬라이더를 던지면 가운데로 휘어서 들어오기 때문에 실투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체인지업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기 때문에 바깥쪽 슬라이더를 굳이 던질 필요가 없습니다. 몸쪽에 날카로운 무기 하드 슬라이더가 있기 때문에 바깥쪽 공략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가운데 

주로 커브가 담당합니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낮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커브를 던지고, 유인구로 사용할 때는 홈플레이트 가깝게 던집니다. 몸쪽 낮은 코스로 던지려고 했던 슬라이더가 실투로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오기도 하는데요, 슬라이더의 위력이 좋아 헛스윙하거나 범타로 이어집니다. 


몸쪽 

강력한 슬라이더가 몸쪽을 담당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패스트볼이 담당하던 구역인데요, 패스트볼이 실투로 가운데로 향해 몰리면 장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교한 제구가 필요했습니다. 또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던졌는데요, 커트 당하거나 의미 없는 볼이 되어 버리는 공이 많았습니다.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는 빠르고 낙차 폭도 기존의 슬라이더 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안타 맞을 확률이 낮습니다.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던져 실투를 하게 되어도 패스트볼보다 타격이 덜합니다. 신기하게도 류현진이 던진 20개의 슬라이더 중에서 1개만 인플레이가 되는 지역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19개의 슬라이더는 헛스윙 혹은 파울이 되거나 볼이 되었습니다. 타자들이 페어 지역으로 제대로 쳐 내지를 못했습니다. 그만큼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 구위가 강력하다는 것을 방증하네요. 




하드 슬라이더 20개

인플레이 타구 1개(안타), 파울 4개, 볼 7개, 헛스윙 8개  


류현진이 하드 슬라이더로 자신감을 얻을 무렵 A.J. 엘리스는 몸쪽 슬라이더를 요구했고 류현진은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를 던졌습니다. 오른손 타자는 왼손 투수가 던지는 몸쪽 공은 눈에 잘 들어오는데요, 초구가 몸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형성되자 타자는 스윙했고 장타는 아니였지만 유격수 키를 넘기며 안타가 되었습니다. 


20개의 슬라이더 중에서 인플레이 되었던 유일한 1개의 타구가 안타로 이어졌는데요, 아무리 좋은 구위의 공이라도 타자가 노릴만한 시점에 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으로 몰린다면 안타를 맞아 나간다는 사실을 상기 시켜주네요. 볼배합과 제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1부, 2부, 3부로 나누어서 류현진이 달라진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류현진이 결정구 때문에 2% 부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류현진이 자신의 체인지업을 봉인한 채 잇몸으로 버텨 나가는 형국이었는데요, 이제는 류현진은 제대로 된 보검을 손에 쥐었습니다. 좀 더 강력해진 무기를 가진 류현진이 전반기보다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데요, 제구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후반기 정말 기대되네요. 


류현진 기사 Ryu K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