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Ryu)이 새로운 구종을 장착했습니다. 류현진의 신무기는 바로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입니다. 컷 패스트볼은 줄여서 커터(Cutt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실제 투수가 자신의 구종을 밝히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공인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야구팬들에게 논란이 되는 구종 중 하나가 호세 페르난데스의 커브인데요, 커브라고 하기에는 볼이 아주 빠르고 슬라이더라고 하기에는 커브처럼 각이 매우 좋습니다. MLB.com 게임데이에서는 호세 페르난데스의 그 공을 커브로 분류합니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컷 패스트볼과 흡사한 궤적을 보일 정도로 빠르고 급격히 휘는데요, 미국 중계진은 윤석민의 변화구를 두고 "슬라이더인지 컷 패스트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볼 끝의 움직임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류현진 본인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 적이 없다고 하는데, Pitch/fx에서는 그의 패스트볼을 두 종류로 분류합니다. 팬그래프스 기준으로 류현진이 지금까지 던진 구종 중 54.1%가 패스트볼이 차지하는데요, 29.3%가 포심 패스트볼, 24.8%가 투심 패스트볼로 분류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2013년도에는 포심이 31.4%, 투심이 22.5%를 기록했지만 2014년도에는 포심이 23.3%, 투심이 31.6%로 기록되었습니다. 두 구종이 서로 비율이 바뀌었네요. 이처럼 선수가 밝히기 전에는 어떤 구종인지 알기 힘든 구종이 있습니다.
류현진의 신무기 컷 패스트볼 파헤치기
커브와 슬라이더 사이에 슬러브가 있고,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사이에 컷 패트스볼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면 류현진의 새로운 구종 컷 패스트볼을 이해하시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포심 패스트볼 - 컷 패스트볼 - 슬라이더 - 슬러브 - 커브볼
오른손 투수 기준, 타자가 투수를 바라보는 시점.
박찬호가 선수 시절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당시 자신의 투구법을 강의했습니다. 그 동영상에서 박찬호 선수는 커터를 빠른 슬라이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커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아래의 글과 동영상을 참고 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어요. 동영상 속 박찬호 선수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우측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잡고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서 옆으로 때리면 커터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찬호 투구법 강의"가 실렸던 기사 내용 중 "슬라이더 또는 커터"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슬라이더 또는 커터
국내에는 슬라이더보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중간급인 슬러브를 많이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던지는 구질은 슬러브보다 오히려 커터에 가깝다고 했다.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약간 틀어잡고 던지면 홈플레이트 직전에 빠르고 짧게 흘러나가는 커터성 슬라이더가 형성된다.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전에 보여주는 공으로 많이 던진다.
박찬호 선수가 너무 빨리 설명해서 알아듣기 힘드셨나요? 개인적으로 구질 강의 중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 아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죠. 박찬호 선수가 던지는 구질의 그립 아래에 있습니다. 그립 순서는 커터, 슬라이더, 커브 순입니다.
왼쪽: 커터 그립. 가운데: 슬라이더 그립, 오른쪽: 커브 그립
클릭하면 그림이 커져요.
이쯤 되면 어떤 분들은 "커터=리베라"라는 방정식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의 커터의 그립은 아래와 같습니다. 리베라와 박찬호의 그립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야구공은 4줄이 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한 줄 위로 잡거나 밑으로 잡거나 그 차이입니다. 박찬호 커터 그립에서 한 줄 위나 밑으로 잡으면 리베라 커터의 그립이 되는 것이지요.
마리아노 리베라 커터 그립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그립
커터하면 리베라, 리베라하면 커터를 상징하는데요, 커터의 달인 리베라가 커터를 던지는 모습을 느린 투구 동작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포심 패스트볼의 그립을 잡고 슬라이더처럼 옆으로 때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커터가 무엇인지 잘 이해되셨나요? 이해되셨으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에게 커터가 무엇인지 알려줄 정도의 수준이 된 겁니다. 더 이상의 것은 직접 던져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더 많은 것은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투수 인스트럭터인 톰 하우스 밑에서 지도자 및 재활 트레이닝 교육을 받았던 손혁 해설 위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손혁 위원과 인연이 깊네요. 류현진의 새로운 구종 커터를 소개한 분이 손혁 위원이니까요. 손혁 위원은 류현진이 부상자 명단에 있을 때 허니컷 투수 코치에게 커쇼가 던지는 커터 그립으로 커터를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류현진은 생존을 위해 커터를 받아들였고, 체인지업과 반대 궤적을 보여주는 커터는 체인지업을 노리는 타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커터가 제대로 장착만 된다면 오른손 타자 상대로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 같이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 내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동영상에서도 있듯이 리베라의 커터처럼 패스트볼과 구분할 수 없고, 타자 바로 앞에서 빠르게 휘어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류현진은 이영미 기자 컬럼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어디에선 제가 던진 커터를 놓고 ‘신무기’ ‘새로운 구종’이라고 얘길 하던데, 제 입장에선 그 커터가 신무기는 아닙니다. 슬라이더보다는 덜 꺾이지만, 그것보다 빠른 구종일 뿐이죠. 즉 슬라이더가 80마일대 초반의 스피드를 나타낸다면, 커터는 87, 88마일 이상의 공이 슬라이더처럼 꺾여 들어갑니다. 타자 입장에선 슬라이더라고 생각했다가 자신의 앞에서 훨씬 빠른 스피드로 꺾이는 공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고요. <기사 내용 중 맞춤법이 틀려서 몇 자 고쳤습니다.>
류현진 커터를 감상해보겠습니다. 지난번 신시네티 레즈와 6차전에서 보토에게 던진 1구 패스트볼과 2구 커터입니다.
90마일로 기록된 류현진 포심 패스트볼. 자료 출처: MBC
88마일로 기록된 류현진 커터, MLB.com 게임데이에서는 슬라이더로 기록됨. 자료 출처: MBC
류현진 커터의 궤적이 눈에 들어오세요? 자세히 보시면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카메라 각도 때문에 좌우 움직임은 알기가 힘든데요, 상하 차이는 분명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르시겠다고요? 그래서 류현진의 새로운 무기 커터의 궤적을 그려보았습니다. 위 동영상에서 던진 류현진의 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류현진 컷 패트스볼과 포심 패스트볼 궤적 비교
최근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작년과 같은 난공불락이 아닌데요, 현재 류현진의 구종별 피안타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안타율이 높아진 이유는 류현진 선수의 체인지업이 노출과 분석이 많이 되어 타자들이 노리고 있는데요,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류현진이 체인지업으로 승부해 올 것으로 생각하고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노립니다. 그래서 최근 류현진은 오른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타이밍에 반대 방향인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투심 패스트볼 .299 포심 패스트볼 .207 체인지업 .377 슬라이더 .204 커브 .286 [참조: Fangraphs]
2014년 올해 시즌 시작 전 류현진은 새로운 구종 추가는 없다고 이야기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더 가다듬는 방법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014년 3월 20일 기사에 의하면 구로다는 "올해가 메이저리그 일곱 번째 시즌이다. 상대 팀들은 나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고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는 구종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류현진 선수가 꼭 구로다 선수 기사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년 차인 류현진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이 배웠을 것입니다. 류현진이 새로운 무기 컷 패스트볼의 장착으로 자신의 전매특허 체인지업이 살아날 수 있을지 다음 경기가 살짝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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