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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메이저리거/류현진

랜덤 경계선 피칭의 진수를 보여준 류현진

류현진이 콜로라도 로키스 상대로 8승을 거두었습니다. 올스타전까지 5번의 선발 등판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올스타 이전에 10승 이상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5경기 만에 A.J. 엘리스와 다시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예전 경기에서 엘리스는 류현진에게 바깥쪽 볼 위주의 공을 요구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는 달라진 볼 배합을 선보였습니다. 


류현진은 최근 가장 뜨거운 콜로라도 로키스 타선을 상대로 랜던 경계선 피칭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엘리스가 류현진을 이렇게 지휘한다면 앞으로 큰 부진 없이 견고한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글에서는 류현진과 포수 엘리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전 경기에서 엘리스는 주로 낮은 볼과 바깥쪽 위주의 볼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공략해왔습니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나면 바깥쪽 패스트볼이나 전매특허 언터쳐블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요리해왔습니다. 1년 동안 잘 써먹었던 패턴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쪽과 낮은 볼을 위주의 볼 패턴으로 장타는 거의 맞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을 탈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체인지업은 오히려 실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류현진 바깥쪽 볼배합

[그림1] 류현진과 A.J. 엘리스 배터리가 가져간 예전 볼 배합 


위 그림1을 보면 바깥쪽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갔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1번부터 7번까지는 2014년 3월 30일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던졌던 결과물인데요, 바깥쪽으로 1자 형태가 보일 정도로 바깥쪽만 고집했었죠. 다행히 이날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그리고 자로 잰듯한 제구력이 일품이었죠. 


ryu colorado

[그림2] LA 다저스 류현진과 콜로라도 로키스 트로이 툴로위츠키


8번부터 10번까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상대 볼 배합인데요, 특히 10번 볼 배합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2사 주자 2, 3루 상황에서 위기를 탈출해야 하는데, 똑같은 공을 두 번 던지다가 안타를 맞고 말았죠. 마이클 모스는 4번째 공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는데 빠지자 건들지 않았습니다. 빠지지만 않았다면 치려고 맘먹고 있었고, 모스는 실제로 그 공에 움찔하며 반응했었어요. 엘리스는 모스가 치려고 기다리는 공을 또 요구했고 체인지업이 생각외로 가라 앉지 않으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었죠. 


그 당시 자이언츠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류현진 랜덤 경계선 볼 배합

[그림3] 류현진과 A.J. 엘리스 배터리가 가져간 랜덤 경계선 볼 배합 


이번 콜로라도와 2번째 경기는 포수 엘리스가 아니라 포수 부테라인 줄 알았습니다. 다른 포수로 착각할만큼 다른 볼 배합을 가져갔는데요, 예전에 엘리스가 즐겨 애용해왔던 바깥족 위주의 볼 배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류현진이 아주 좋았을 때 보여줬던 그 볼 배합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무너뜨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볼 배합은 2회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찰리 컬버슨 상대로 보여줬습니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상하좌우 변화를 주면서 상대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렸습니다. 컬버슨은 스트라이크 존 근처의 공은 파울로 걷어 냈고, 볼로 빠지는 공은 치지 않으면서 류현진을 7구까지 괴롭혔습니다. 이때 컬버슨 상대로 던지지 않고 아껴둔 체인지업을 꺼내 듭니다. 코스도 정말 좋았고, 따라 나올 수밖에 없는 정말 멋진 체인지업을 던집니다. 결과는 투수 앞 땅볼 아웃이었죠.


이날 엘리스는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엘리스는 류현진에게 높은 공을 요구했고, 이 높은 공은 빠른 볼카운트에서 타자들을 현혹하여 삼진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물론 홈런도 맞았습니다. 류현진이 실투를 던진 이유도 있겠지만, 홈런을 때린 윌린 로사리오(Wilin Rosario)가 워낙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류현진이 내준 3안타 중에서 2안타를 로사리오가 때려냈죠. 포수 앨리스는 볼카운트 0-2 상황에서 삼진을 잡기 위해 유인하는 높은 공을 요구했습니다. 류현진은 몸쪽 약간 높은 쪽으로 실투를 던졌고, 로사리오는 그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켰습니다. 로사리오는 몸쪽 공에 강점이 있던 타자였습니다. 실투할 수도 있습니다. 타자가 잘 친 겁니다.


류현진 실투 로사리오 홈런

[그림4] 류현진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던 로사리오의 홈런


Wilin Rosario

[그림5] 윌린 로사리오에게는 몸쪽 공이 아주 뜨겁다.


류현진과 앨리스 배터리는 5회초 위 그림2-7에서 보듯이 야구 게임을 하듯 상하좌우 다양한 패턴과 다양한 코스로 랜덤 경계선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오늘 전체적으로 가운데 몰리는 공이 거의 없었죠. 정말 게임에서나 가능할법한 아름다운 피칭을 보여주었어요.


1: 바깥쪽 높은 패스트볼 -> 2: 몸쪽 중간 슬라이더 -> 3: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 -> 4: 몸쪽 낮은 커브볼
-> 5: 바깥쪽 중간 슬라이더 (너무 빠짐) -> 6:
 바깥쪽 중간 슬라이더 (다시 던짐) -> 7: 몸쪽 중간 패스트볼 -> 8: 가운데 낮은 패스트볼 -> 바깥쪽 중간 패스트볼 


커맨드가 일정하지 않고 제구력이 뛰어나지 않은 투수에게는 랜덤 경계선을 요구하기 힘듭니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서 랜덤 경계선 피칭이 나올 수는 있겠네요. 류현진은 정말 피칭을 아는 투수이고, 게임에서나 가능할법한 특급 제구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타율 1위 팀 타자들에게 타격 타이밍과 혼을 제대로 빼놓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1회 상황이 가장 힘들었는데요, 툴로위츠키에게 커브로 삼진을 잡고, 저스틴 모어노에게 중전 2루타를 맞아 2사 주자 2, 3루가 됩니다. 류현진은 그동안 괴롭혀왔던 투투법칙에서 탈출하며 드류 스텁스를 삼진을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삼진 2개를 기록하며 이닝을 마칩니다. 2회에도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놓였는데요, 삼진을 2개나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올해 류현진의 경기 중에서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개인적으로 2014년 4월 11일 애리조나 디백스와 함께한 원정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이전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2이닝 6실점 한 직후의 경기라 더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애리조나 상대로 7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었죠. 애리조나 경기에서 보여준 호투 요인 3가지 요소들이 이번 콜로라도와 맞대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번 경기처럼, 저번 애리조나 경기처럼 그렇게 던져야 합니다. 

애리조나 경기가 기억이 안 나시는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류현진은 올해 3명의 포수 A.J. 앨리스, 팀 페데로위츠, 드류 부테라와 호흡을 같이 했는데요, 류현진과 함께 배터리를 이룬 포수 중 누가 가장 성적이 좋았을까요? 드류 부테라와 함께 했을 때 성적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요, 살펴보겠습니다. 

[표1] 류현진 포수별 성적

날짜

상대팀

이닝

자책점

ERA

포수

 승수

3월 23일

@ARI

5   

0

0.00

엘리스

1승

3월 30일

@SD

7   

0

0.00

엘리스

 

4월 4일

SF

2   

6

27.00

엘리스

 

4월 11일

@ARI

7   

0

0.00

페드로위츠

 2승

4월 17일

@SF

7   

0

0.00

페드로위츠

 3승

4월 22일

PHI

6   

2

3.00

페드로위츠

 

4월 27일

COL

5   

5

9.00

페드로위츠

 

5월 21일

@NYM

6   

2

3.00

엘리스

 4승

5월 26일

CIN

7 1/3

3

3.68

부테라

 5승

5월 31일

PIT

6   

2

3.00

부테라

 6승

6월 6일

@COL

6   

2

3.00

부테라

 7승

6월 11일

@CIN

6   

4

6.00

부테라

 

6월 16일

COL

6   

1

1.50

엘리스

 8승

1위 페드로위츠  2.52 ERA    2승
2위 엘리스        3.12 ERA    3승
3위 부테라        3.91 ERA    3승

류현진은 페드로위츠와 함께 배터리를 이루었을 때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네요. 드류 부테라와 함께한 시간이 꽤 인상 깊었는데요, 예상과 달리 부테라와 함께 했을 때 평균자책점이 제일 좋지 않았습니다. 퍼펙트할뻔한 경기가 너무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드류 부테라의 볼 배합을 좋아합니다. 공격적인 볼 배합도 마음에 들고요, 상대가 계산과 다르게 움직이는 역발상 볼 배합도 잘하고요,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는데 감각이 뛰어난 포수라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성적이 좋지 않았네요. 부테라 칭찬만 늘어놓았는데, 단점도 있습니다. 굉장히 공격적이라 과도한 몸쪽을 많이 요구하는데요, 이번 경기처럼 홈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테라는 멋진 스포츠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화려해 보이지만 기름은 많이 들죠.


엘리스는 다저스 매팅리 감독이나 허니컷 투수 코치에게 가장 큰 신임을 얻고 있고 아주 영리한 포수로 잘 알려졌습니다. 엘리스의 약점 중 하나는 프레이밍 능력인데요, 엘리스는 낮은 공의 프레이밍이 좋지 못해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림2의 7번째 기록을 보면 8구는 포수의 프레이밍에 따라 스트라이크도 될수 있는 볼이었습니다. 포수가 스트라이크 되는 볼을 놓치는 이유 중 하나는 포수가 요구한 공과 반대로 오기 때문인데요, 볼이 뒤로 빠지지 않게 잡는데만 치중하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보이게 만들곤 합니다. 엘리스는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를 볼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다른 포수보다 많습니다. 낮은 볼 프레이밍을 향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프레이밍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ryu ellis dodgers

[그림6] 엘리스의 강점은 안정감이다.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는 모든 공에 배트를 낼 수 없습니다. 이유는 랜덤 경계선 피칭을 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패스트볼 혹은 바깥쪽 노림수를 가지고 상대를 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대비할 수 없으므로 한 부분은 포기하고 계획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상대하게 되는데요, 엘리스는 상대가 기다리는 코스의 공에 배트가 나올만한 유인구를 던지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회 볼넷을 내준 후  저스틴 모어노에게 2루타를 맞아 2사 주자 2, 3루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루타를 맞은 공은 저스틴 모어노가 노리고 있던 공이었습니다. 모어노는 바깥쪽 공에 반응하여 파울을 만들어 냈고, 몸쪽 공에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깥쪽보다는 몸쪽 공으로 승부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타자는 투수가 이전 공을 몸쪽으로 던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분명 승부해 올 것이라고 예상을 합니다. 타자는 바깥쪽에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바깥쪽에 들어온 커브블을 잘 받아쳐 2루타로 만듭니다. 


류현진 저스틴 모어노

[그림 7] 1회 4번 저스틴 모어노 타석


바깥쪽 커브는 나쁘지 않은 볼 배합이었습니다. 포수는 낮은 커브볼을 요구했고, 류현진의 커브볼은 스트라이크 존안으로 들어왔죠. 실투였습니다. 포수가 원했던 낮은 커브볼이 들어 왔으면 아마 삼진 당했겠죠. 정리하면 엘리스는 상대가 노리는 길목에서 낮은 커브라는 함정을 파 놓았습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갔죠. 

왜 몸쪽 공으로 승부하길 원했느냐면 몸쪽 공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루킹 삼진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  치기 좋은 실투성 공이 들어가더라도 상대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아웃을 이끌어 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모든 게 다 결과론이죠. 반응 안 했던 몸쪽 공을 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절대 없으니까요. 타자가 커브볼에 타이밍을 못 맞추어 아웃되었으면 앨리스의 볼 배합이 정답입니다. 

엘리스 포수가 정말 영리하고 경기를 잘 읽어내는 좋은 포수이긴 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엘리스의 볼 배합은 미국 다저스 팬들이 자주 쓰는 말로 표현하면 오썸(awesome)이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스가 너무 기계적으로 볼 배합을 가져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때로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공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엘리스가 좀 더 동물적 감각이 향상되었으면 좋겠어요. 엘리스의 환상적인 리드가 계속되고, 류현진의 커맨드가 건재하다면 올스타 경기 전 10승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