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4년 본 다저스 경기 중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승부였죠. 엄청난 신(神)들이 벌이는 전쟁에서 이겼다고 표현해야 이번 경기의 정확한 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들의 전쟁에서 등장하는 신들을 소개할 차례네요. 다저스에겐 조쉬 베켓신(神)이 있었고, 카디널스에겐 아담 웨인라이트신(神, 줄여서 웨인신)이 있습니다.
다저스 베켓신은 어떤 사람이냐 면요, 2003년도 월드 시리즈에서 돛단배에 불과했던 플로리다 말린스가 거함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우승을 이루어 냈고, 양키스를 침몰시킨 장본인이 바로 베켓신입니다. 2003년도 월드시리즈 MVP는 바로 베켓신의 몫이었죠. 베켓신은 얼마나 큰 경기에 강하냐면요, 월드시리즈에서 3경기에 나와 평균 7.2이닝 1.16 ERA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베켓신이 부활해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순위 4위(2.11 ERA)를 기록 중입니다.
카디널스 웨인신을 소개하면요, 웨인신은 신들만 가지고 있다는 20승을 2010년도에 기록했습니다. 웨인신은 사이영상 투표 2위만 2번 차지한 콩데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013년도에 19승 9패 2.94를 기록했으나 커쇼신에게 밀려 사이영상 2위에 밀려났습니다. 웨인신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201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스 결정전 3차전에서 한점도 주지 않았던 류신에게 밀려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었죠. 이런 그가 절치부심하며 콩데 이미지를 벗고 현재 사이영상을 후보로 거론될 만큼 리그 최고의 투수(2.01 ERA)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두 神은 2루타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웨인신은 아주 단단했습니다. 반면 베켓신은 흔들릴듯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7회 카디널스는 앨런 크렉의 2루타로 베켓신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습니다. 베켓신의 영역을 침범한 카디널스는 기회를 살려 본진을 향해 거세해 진격해 왔습니다. 존 제이가 좌전 안타를 쳤고 주자 크렉은 베켓신의 본진으로 강하게 돌진했습니다. 맷 캠프 장군이 본진을 향해 멀리서 저격했고 결국 홈에서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죠. 여기서 카디널스는 챌런지를 요구했고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태그는 이미 되었고, 주자의 손은 지면에 닿지 않았습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7회까지 2안타로 웨인신에게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에 점수를 내주면 그대로 경기를 내줘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웨인신은 투구 수가 적어 9회까지 완봉할 분위기였습니다. 7회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것은 다저스 입장에서는 정말 행운이었죠. 위기 뒤에 기회란 말이 무색하게 7회말도 곤잘레스, 캠프, 이디어 이 3명의 장군은 웨인신에게 철저히 농락당했습니다. 삼자 범퇴로 7회말을 마쳤습니다.
베켓신의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이제 다저스는 인간의 힘으로 카디널스를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를 인간인 전사 불라이언이 맡게 되는데요, 불라이언으로 불리는 브라이언 윌슨은 한때 신이었으나 지금은 인간계로 떨어져 나온 인물 중 한 명입니다. 2010년 48세이브로 세이브 부분 1위를 차지했고 신들만 가진다는 1점대(1.81 ERA)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2013년 다저스로 팀을 바꾸었고, 윌슨은 또 한번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0.66 ERA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불라이언은 본토 개막전 류신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신의 영역에서 추방당했던 인물이죠.
신의 영역에서 추방 당해 "불라이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윌슨
불라이언은 이전 경기에서 또 한 번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뻔했으나 블루 헐크의 고공 점프 스킬로 인해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매갈공명은 상태가 좋지 못한 불라이언을 8회 방패막이로 내밀었고, 불라이언은 신들의 투구를 보며 예전 자신이 신(神)이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리기라도 한 듯 미친 듯이 핀포인트 제구력을 자랑하며 슬라이더를 마구마구 던졌습니다. 윌슨은 오랜만에 신들린듯한 투구로 삼자범퇴를 시켰습니다.
매갈공명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고, 불라이언은 8번, 9번, 1번 타순을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현장에 있던 다저스 팬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네요.
오늘 불라이언이 불 질렀으면 윌슨의 바블헤드 인형이 성치 못했을 것이야.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브라이언 바블헤드 인형을 5만개 뿌렸습니다.
윌슨은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웨인신과의 싸움이 남았네요. 8회말입니다. 다저스 장군인 곤잘레스, 캠프, 이디어는 앞서 7회말에 웨인신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고, 이제 남은 일반 무사밖에 남지 않았네요. 유리베 무사는 웨인신이 몸이 달아오르기 전을 틈타 초구를 공략했고, 이는 좋은 안타로 연결되었습니다. 매갈공명은 웨인신을 맞이하여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번트를 지시했고 부테라 무사는 깔끔하게 연결시키며 1사 2루 상황을 만듭니다. 이름없는 무사 출신인 미구엘 로하스는 웨인신을 일찍이 한번 공략했었고, 웨인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습니다. 무사 로하스는 또다시 웨인신을 공략하며 1사 1,3루 상황을 맞이합니다.
매갈공명은 때마침 대타 카드로 누굴 내밀어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Just in time, Who do I use as a pinch hitter ? (pinch hitter = 대타)
매갈공명은 자신의 말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 냈어요. "Just in time", "Just in time", "Just in time" 그렇습니다. 바로 때마침(Just in time)이라는 자신의 말 속에서 "Justin Turner"라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제 저스틴 타임이 온 거죠. 매갈공명은 저스틴 터너를 대타 카드로 내밀었고, 터너 무사는 저스틴 터너 타임을 만들었습니다. 웨인신은 때마침(Just in time) 저스틴 터너(Justin Turner)를 내는 매갈공명의 유치함을 속으로 비웃었고, 터너를 얕잡아 본 웨인신은 실수로 커터를 한가운데로 던지고 말았습니다. 저스틴 터너는 웨인신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타임인 저스틴 터너 타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팽팽했던 승부가 터너의 적시타로 게임 스코어 0:1이 되었습니다.
다저스는 이제 9회초 1점만 지켜내면 이번 신들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9회초 켄리 젠슨 장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젠슨 장군의 구위는 로얄스와 벌였던 1차전 경기 구위와 비슷했습니다. 커터가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살짝 커팅되는 것이 아니라 포심 패스트볼 처럼 일직선으로 날아갔습니다. 젠슨의 구위를 보니 블론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갈공명은 장타를 막자는 생각으로 외야수 수비를 뒤쪽으로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매갈공명은 자신의 계략에 자신이 당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정상 수비였다면 충분히 아웃 시킬 수 있는 맷 아담스의 뜬공이 안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맷 아담스의 타구는 1루타에 그치고 말았죠. 이때 주자 1아웃 1루 상황에서 득점권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대주자 피터 버조스는 도루를 감행합니다. 드류 부테라의 송구는 원바운드가 되었고, 주자를 아웃 시키기에는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인데요, 2루 주자가 아웃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예전에 바보같이 2루에서 아웃 되었던 맷 캠프처럼 주자는 2루 베이스에서 몸이 잠깐 떨어졌고 그 사이에 태그를 감행했던 거죠.
신들의 전쟁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 되지 않는다.
카디널스는 신들의 전쟁에서는 허용하면 안 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세이프라 여길만한 판정이였고, 분명 애매해 보였던 판정이었습니다. 카디널스는 챌린지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챌린지를 시도해서 실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들의 전쟁을 중재했던 심판은 신들의 노여움을 사기 싫었던 것일까요? 논란 방지를 위해 심판이 스스로 챌린지를 시도합니다. 7회 이후에는 심판의 재량으로 심판이 직접 챌린지를 할 수 있습니다. 챌린지 이후 판정이 번복되지 않고 아웃으로 판정내려졌습니다. 심판의 무결한 판정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심판: 나는 무결하다. 내가 나를 챌린지해 보이겠다.
이로써 2아웃이 되었고,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카디널스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들의 전쟁은 이렇게 막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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