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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야기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9회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9회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요?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소름돋는 명경기이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한 경기였습니다. 


2009년 WBC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패했던 아픔을 제대로 되갚아주었습니다. 그것도 5만5천명이 모인 일본 심장부인 도쿄 돔에서 9회 0:3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4:3로 뒤집어 엎었습니다. 


개인적으로 4강에 올라간 것만해도 잘했다는 생각했고 일본과 경기에서 지더라도 충분히 멋진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평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편안한 마음에서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 상대로 7이닝 동안 1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을뿐 11삼진에 막혀 한점도 뽑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9회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은 9회초 오재원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이 0:3으로 지고 있는 가운데 오재원이 나왔다고 뭐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상대 투수 노리모토 타카히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10승 11패 2.91 ERA를 기록한 선수입니다. 노리모토는 오타니 다음으로 좋은 투수로 157km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입니다. 


오른손 타자이자 8번 타자였던 포수 양의지를 대신해서 왼손 타자 오재원이 오른손 투수 노리모토와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상대팀으로 오재원을 보면 잘해서 얄미운 선수이지요.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써클 체인지업을 던졌고 오재원은 결대로 잘 밀어쳐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뚫어냅니다. 



오재원이 선두타자로 1루에 나간다고 뭐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여기서 김인식 감독은 대타 카드를 꺼내듭니다. 오른손 타자 김재호 대신 왼손 타자인 손아섭을 올립니다. 포수는 바깥쪽 낮게 빠지는 써클 체인지업을 요구했고 손아섭은 약간 가운데 몰린 132km 공을 마운드를 맞춘 후 외야쪽으로 보냈습니다.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9회 김인식 감독


무사 1,2루 상황이 되었지만, 3점 차이 나는데 뭐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1번 타자 정근우가 타석에 나섭니다. 노리모토는 왼손 타자들 상대로 체인지업을 꺼내들었지만, 초구부터 패스트볼이 아닌 바깥쪽 슬라이더로 유인했고 정근우가 헛스윙합니다. 


노리모토 써클 체인지업


노리모토는 2구째 몸쪽으로 들어가는 138km 체인지업을 던졌고 정근우는 야무지게 배트를 돌렸습니다. 3루 라인을 타고 강하게 굴러갔고 3루수는 몸을 날렸지만 잡을 수 없었습니다. 2루 주자 오재원은 홈으로 들어왔고 1루주자 손아섭은 3루에 안착합니다.


스코어 1:3, 무사 2,3루 상황입니다. 이제는 달라질 게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안타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음 타자가 2번 이용규, 3번 타자 김현수 타석아닙니까? 그리고 이대호가 그 뒤를 받치고 있는데 이 얼마나 기대되는 타선입니가? 여기서 두 해설 위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기적의 프리머어12 한일전


안경현 해설위원: 역시 야구는 오래 이기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마지막에 이기면 되는거죠. 

이승엽 해설위원: 지금 제 심장이 쿵쾅 뜁니다. 


그렇습니다. 1안타면 동점이 되는 무사 2,3루 상황이 이승엽의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습니다. 2번 타자 이용규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일본 배터리는 한국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잘 때려내자 이용규 상대로 초구부터 강하게 154km 패스트볼을 던집니다. 몸쪽으로 너무 붙여 볼이 되고 말았네요. 빠른 공을 던진 것은 스퀴즈 번트를 막기 위함도 있습니다. 



왼손 타자 이용규는 2구 157km 빠른 몸쪽 공에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타이밍이 빨라 파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용규의 타격감을 보고 희망이 보였습니다. 앞서 변화구에 안타 3개를 맞았던 노리모토에 대해 이승엽 위원은 쉽게 변화구 승부를 가져가기 힘들 거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커트의 달인 이용규는 3구 153km 바깥쪽 빠른 공을 커트해냅니다. 노리모토는 변화구를 사용하지 않은채 152km 몸쪽 빠른 공을 던집니다. 삼진당한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이용규의 팔꿈치에 공을 맞았습니다.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를 하게 되었고 무사 만루 상황이 됩니다. 



무사 만루 3번 김현수 타석이 얼마나 기대됩니까? 왼손 타자 김현수 상대로 왼손 투수 마츠이 유키(0.87 ERA)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김현수를 뭘로 보고 왼손 투수를 올리는 걸까요? 김현수는 절체절명이 순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재현하듯  왼손 타자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김현수는 오타니 쇼헤이 상대로 삼진-삼진-삼진을 당했습니다. 타율도 3할에서 시작했다가 .286로 떨어졌네요. 마츠이는 초구 147km 바깥쪽 볼을 던집니다. 제구가 흔들리는 걸까요? 2구도 142km 바깥쪽 볼이 되고 말았네요. 볼카운트 2-0 타격 찬스입니다. 3구도 140km 바깥쪽에 빠지는 볼이 되고 말았어요. 



김현수는 볼카운트 3-0을 맞이합니다. 제구가 되지 않은 투수 상대로 일단 기다려야죠. 패스트볼 타이밍입니다. 144km 바깥쪽 낮은 공인데 심판은 스트라이크 선언을 합니다. 3볼 상황에서는 심판들이 후하게 주는 편입니다. 



볼카운트 3-1, 이 패스트볼을 하나 노려야합니다. 역시 일본 투수들 끝까지 승부를 하지 않는군요. 김현수는 147km 바깥쪽 빠지는 공을 골라냈고 밀어내기로 1점을 보태 스코어 2:3이 됩니다.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가 타석에 올라옵니다. 일본은 오른손 이대호 타자 상대로 오른손 투수로 바꿔야 합니다. 오른손 투수 마스이 히로토시(1.50 ERA)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마스이는 초구부터 유인구 137km 포크볼로 승부합니다. 이대호가 떨어지는 공을 잘 참아냅니다. 이대호는 가운데로 들어오는 137km 포크볼을 때립니다. 이대호가 아쉬워하는 군요. 파울이 되고 맙니다.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어 이대호는 최소 외야 플라이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경기 이대호 타석


3구째 스트라이크가 아닌가 했던 공이 다행이도 볼이 되었습니다. 바깥쪽 낮은 공에 야박했던 그 심판이 여전히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볼카운트 2-1로 타격 찬스입니다. 포수는 떨어지는 포크볼을 요구했고 이 공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가운데로 몰립니다. 



이대호는 밋밋하게 들어왔던 136km 공을 제대로 당겨쳤고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 냅니다. 9회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요? 여기서 살짝 아쉬웠던 것은 정우영 캐스터의 샤우팅입니다. 역시 한명재 샤우팅을 따라올자가 없네요. 역시 국대는 허구연 해설위원입니다. 정우영 캐스터는 스토브시즌에 샤우팅 연습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9회 "설경구 니 딱 봐났어!"


아직 무사 1,2루 상황입니다. 2점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박병호, 아웃, 민병헌 안타, 황재균 아웃, 오재원 아웃으로 스코어 4:3가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9회초 일본 최고의 투수들 상대로 불가능해 보였던 4점을 올려 역전을 일구어냈습니다. 요기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승엽 해설: 9년전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박찬호 선배가 마지막 이치로 선수를 내야 플라이로 잡고 유격수 쪽으로 가서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도 아웃 카운트 3개를 잡고 이런 감흥이 또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마무리로 올라옵니다. 강민호가 포수 마스크를 썼고 또 김상수가 대수비로 올라왔습니다. 바깥쪽을 잘 잡아주지 않았던 야속한 심판이 정대현이 던진 바깥쪽 공을 잡아주기 시작합니다. 정대현은 선두 타자이자 3번 타자 야마다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4번 타자 츠츠고가 1루쪽으로 강습 타구를 날렸고 박병호는 겨우 몸으로 이 공을 막은 후 정대현에게 1루로 공을 토스해줍니다. 안타가 될뻔했던 타구를 아웃으로 돌려세웠습니다. 5번타자 나카다가 빗맞은 안타로 1루에 출루합니다. 


이현승 투수가 6번 타자에 대타로 올라온 나카무라 타케야를 상대합니다. 오른손 상대로 왼손 투수인 이현승이 올라온 것은 1점차 승부라 도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초구가 바운드되었고 1루 주자가 2루로 가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다행이도 2루로 뛰지 못했습니다. 


이현승은 2구째 134km 공을 던졌고 묘한 바운드가 일어납니다. 바운드를 보는 순간 실수를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루수 황재균은 바운드를 제대로 맞췄고 실수 없이 1루로 던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 냈습니다. 9회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우승후보이자 최강의 전력 일본 상대로 말입니다. 



이대호는 담담했고 이대은은 입이 찢어졌습니다. 이대은이 잘 던졌지만 4회 아쉬운 볼판정을 시작으로 빗맞은 안타 그리고 수비 에러까지 나와 대표팀은 3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대은이 마음이 무거웠을텐데 승리해 얼마나 기쁠까요? 



이대호는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준결승 경기 MVP, 최우수 선수(Player of the game)가 되었습니다. 



오늘 승리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멋진 밤을 선물해준 대한민국 대표팀 너무 고맙습니다. 



김인식 감독님 너무 감사합니다. 

프리미어12 한국 일본 방송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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