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1차전에 매디슨 범가너(Madison Bumgarner)의 완벽에 가까운 호투가 이어졌고 자이언츠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범가너는 7이닝 동안 1실점 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제임스 쉴즈(James Shields)는 포스트시즌 5.63 ERA로 좋지 못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도 쉴즈는 제구력 난조와 뻔한 볼 배합으로 자이언츠 타자들에게 난타당했습니다.
1회 제임스 쉴즈는 평소 패턴대로 움직였어요. 지난 "제임스 쉴즈 파헤치기 (링크)"라는 글에서 쉴즈의 볼 배합 패턴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쉴즈는 언급했던 볼 배합대로 투구했어요. 한마디로 예상하기 너무 쉬웠어요. 이전 글에서 볼카운트 2-2 상황에서는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했고, 0-1 상황에서는 커브가 올 타이밍이라고 했으며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 주로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이야기했어요. 공이 예상한 대로 들어왔어요.
1회초 상황
1번 타자 그레고 블랑코(Gregor Blanco)는 볼카운트 2-2 상황을 맞이합니다. 쉴즈는 예상대로 바깥쪽에 높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던집니다. 블랑코는 체인지업이 들어올 거라는 것을 미리 안듯 가볍게 배트를 휘둘러 안타를 만듭니다.
볼카운트 2-2 상황
1회 3번 타자 버스터 포지(Buster Posey)에게는 몸쪽으로 패스트볼, 바깥쪽으로 커터 하지만 모두 스트라이크존에서 많이 빠지는 공이었어요. 볼카운트 2-0 몰린 상황에서 타자가 생각할 수 있는 공은 패스트볼입니다. 쉴즈는 최근 방망이가 뜨거운 포지 상대로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던집니다. 포지가 같은 좋은 타자는 놓칠리 없습니다. 포지가 안타를 만들어 1사 주자 1,3루가 됩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한가운데 패스트볼
4번 타자 파블로 산도발(Pablo Sandoval) 상대로 쉴즈는 낮게 깔리는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졌습니다. 처음으로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되었어요. 볼카운트 0-1 상황에서 커브가 올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쉴즈는 너클 커브를 낮게 던집니다. 하지만 산도발이 이 커브를 정확히 받아치며 2루타를 만들어 냅니다. 1:0으로 자이언츠가 앞서게 됩니다.
볼카운트 0-1 상황에서 커브가 올 타이밍
5번 타자 헌터 펜스(Hunter Pence)만 잘 잡으면 1점 정도 준 것은 별 흠이 되지 않습니다. 쉴즈는 펜스를 꼭 잡아야 했죠. 이번에도 제구가 잡히지 않았는지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으로 몰립니다. 패스트볼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갔고 볼카운트 3-2 상황이 됩니다. 쉴즈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는 패스트볼을 주로 던진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언급한 그대로 패스트볼을 한가운데로 던졌습니다. 실투였죠. 펜스는 이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1회 스코어가 3:0이 되었네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한가운데 패스트볼
헌터 펜스 인터뷰
우리가 월드시리즈에서 했던 그 방법대로 플레이해서 매우 기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월드시리즈가 강렬한 기운이 도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제임스 쉴즈는 패스트볼이 아니라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낮게 떨어뜨려야 했어요. 볼넷을 내준다 생각하고 승부구를 가져갔어야 했죠. 하지만 너무 많은 패스트볼을 던졌고 그 타이밍에 익숙해진 헌터 펜스는 실투로 들어온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투런 홈런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캔자스시티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승부였어요.
왜 좀 더 영리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지 못했을까요? 자이언츠 타자들이 제임스 쉴즈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글에서 예상했던 패턴 그대로 가져갔어요.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그런 패턴을 가져갔던 거죠. 쉴즈는 볼 배합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었어요. 쉴즈는 잭 그레인키가 자이언츠 상대로 무력화시켰던 볼 배합 패턴을 연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3회초 상황
제임스 쉴즈는 3회 들어서부터 커브와 커터 위주의 볼배합 패턴으로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버스트 포지 상대로 1개의 패스트볼만 던졌고 4개의 너클 커브와 2개의 커터로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늦긴 했지만, 아주 좋은 변화네요. 이렇게 패스트볼 대신 커터와 너클 커브를 섞으니까 한가운데 던져도 포지는 안타를 만들어 내지 못했어요.
3회말 상황
선두타자 오마 인판테의 안타와 마이크 무스타커스(Mike Moustakas)의 2루타로 무사 2,3루 상황이 되었습니다. 로열스는 이 찬스를 살려야 했고 자이언츠는 이 위기를 어떻해 하든 틀어막아야 했어요.
찬스를 맞는 첫 번째 타자가 중요한데요, 알시데스 에스코바르(Alcides Escobar)는 몸쪽 높게 들어온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파울로 만들었고 높게 들어오는 패스트볼에 삼진 당하고 말았습니다. 범가너를 칭찬하고 싶은데요, 제구가 뛰어났습니다. 높게 제구하지 못하면 장타를 맞기 좋은 코스였죠. 하지면 범가너는 포수 버스터 포지의 요구한 위치로 던졌고 기분 좋은 삼진을 잡았습니다.
두번째 타자인 아오키 노리치카도 범가너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안에 형성된 93마일 패스트볼이 2번이나 거의 같은 코스로 들어왔습니다. 아오키는 2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아오키는 3구째 커브에 배트가 나갔고 다시 거두어들였지만, 체크 스윙으로 인정되었고 삼구 삼진을 당하고 말았어요.
범가너에게는 1아웃만 잡으면 되는 상황이었고 캔자스시티는 더없이 소중한 찬스를 꼭 살려야했습니다. 3번 타자 로렌조 케인 또한 범가너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한채 노볼 투스트라이크를 맞이합니다. 범가너와 포지는 높은 공으로 케인을 낚으려고 했지만 말려들지 않았고 또 낮은 공으로 낚으려고 했지만 끝내 속지 않았습니다. 범가너 입장에서는 좋은 공을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최대한 유인한 후에 1루가 비어 있는 점을 잘 이용해야 했죠.
4번타자 에릭 호스머에게는 볼 배합을 달리 가져갑니다. 초구에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슬라이더를 던졌어요. 호스머는 패스트볼이라 생각하고 스윙했던 것으로 보였고 타구는 멀리 뻗어가지 못하고 내야 땅볼이 되고 말았습니다. 투아웃 만루 찬스에 안타 하나면 2~3점이 되는 상황에서 캔자스시티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자이언츠에게 흐름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매디슨 범가너 인터뷰
삼진을 잡아야할 상황에서 우리는 삼진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삼진이요? 아주 좋았죠. 야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게 삼진입니다.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범가너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지는 패스트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안타를 친 인판테와 무스타커스는 더 어려운 코스의 공을 안타로 연결시켰는데 후속타 자들은 그러질 못했네요. 캔자스 타자들이 너무 얼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범가너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캔자스 타자들이 공략 안 할 수 없습니다. 메디슨 범가너의 패스트볼 구위가 뛰어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로열스 타자들에게는 까다로웠나 봅니다.
4회초 상황
위기 뒤에 찬스, 찬스 뒤에 위기라는 말이 있듯이 자이언츠가 위기 뒤에 찬스를 맞이합니다. 제임스 쉴즈는 패스트볼 위주의 볼 배합 대신 커터 커브 체인지업 위주로 공략했지만 헌터 펜스에게 2루타를 내주고 맙니다. 체인지업 너무 많으면 독이 되는데요, 쉴즈는 연속해서 체인지업 2개를 낮게 던졌고 펜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박자 멈추고 공을 강하게 때려냈습니다. 2루타가 만들어진 거죠. 그리고 볼넷, 지명타자인 마이클 모스에게 몸쪽 승부만 고집하다 안타를 맞고 1실점을 합니다. 정규시즌에 선발로 뛰었던 대니 더피로 교체되었으나 자이언츠에게 1실점 내주고 이닝을 마감하게 됩니다.
3, 4회 이후 예상대로 흘러갔던 경기
쉴즈는 제구도 좋지 못했지만 볼 배합도 정말 좋지 못했어요. 1회 때는 패스트볼에만 너무 집착했어요. 4회 때는 존을 넓게 가져가지 못했고 상대 노림수에 체인지업이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쉴즈는 너무 도망가는 피칭만 했어요.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니 패스트볼을 던져야 했고 자이언츠 타자들을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쉴즈의 커터 구위가 참 괜찮았는데요, 이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 못 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제임스 쉴즈 월드시리즈 1차전 PITCH/fx
MLB.com 게임데이 기준으로는 패스트볼이 1회를 제외하고 좋지 못했는데요, 브룩스베이스볼에서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마일로 찍혔네요. 제임스 쉴즈의 투구 PITCH/fx 기록을 보면 구위만 보았을 때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쉴즈의 커터가 좋았습니다. 커터로는 1안타도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이언츠 타자들이 쉴즈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노렸고 이 체인지업으로 볼넷 1개와 3개의 안타를 만들어 냅니다.
매디슨 범가너 월드시리즈 1차전 PITCH/fx
범가너의 PITCH/fx를 보면 "왜 이 선수의 패스트볼을 쳐내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류현진의 패스트볼과 궤적이 흡사한데 구속은 2마일 더 빠릅니다. 올해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커쇼의 피안타율보다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범가너는 평소보다 더 좋은 패스트볼 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2014년 타율/SLG/ISO/BABIP
범가너 .188/.313/.125/.239
커 쇼 .254/.369/.115/.299
류현진 .280/.385/.105/.349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오른손 투수 예를 들어 켄리 젠슨이 던지는 커터보다도 더 오른쪽으로 휘어서 들어가죠.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커터보다 더 좋은 공이 됩니다. 범가너는 평소보다 더 좋은 구위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그 때문에 캔자스시티 타자들이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을 보이네요. 올시즌 범가너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을 보니 커쇼보다 더 좋았네요. 범가너가 이 기세를 내년까지 몰아간다면 사이영상의 주인공도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내년 커쇼의 대항마로 범가너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1
선발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캔자스시티가 쉽게 월드시리즈 1차전을 내주고 말았네요. 다음번에도 제임스 쉴즈를 범가너 맞상대로 낼 수 있을까요? 다음번 선발은 대니 더피가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니 더피가 거의 1선발급 성적을 올해 찍었는데요, 5선발이라는 이유로 불펜에서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좋지 못한 제임스 쉴즈를 계속 선발로 올리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냉정하게 대니 더피에게 도박을 걸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하지만 네드 요스트 감독은 쉴즈를 5선발로 내정했습니다.
대니 더피 / 9승 12패 / 2.53 ERA 149.1이닝 / 피안타율 .209 / WHIP 1.11 / 전반기 2.76 / 후반기 2.23
오른손 상대 2.99 ERA / 왼손 상대 1.46 ERA / 9월 성적 4.50 ERA
네드 요스트 감독 인터뷰
제임스 쉴즈는 때로는 제구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그가 컨디션 좋을 때 패스트볼이 정말 좋고 체인지업은 다이너마이트 같아요. 그는 오늘밤 체인지업 커맨드가 좋지 않아 힘들어 했네요.
월드시리즈 1차전을 정리하겠습니다. 캔자스시티의 유일한 선발의 약점이 선발 투수이었는데요, 그 약점을 1차전에서 고스란히 들어내 보였습니다. 로열스 타자들은 범가너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했고 반면 자이언츠 타자들은 쉴즈의 패턴을 알기라도 한 듯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너무나 공략을 잘해주었어요. 캔자스시티가 포스트시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1차전을 잡았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들은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자이언츠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그들의 홈에서요.
헌터 펜스의 MVP급 활약이 돋보였고 매디슨 범가너의 사이영상급 호투가 빛났던 경기였습니다.
월드시리즈 1차전 매디슨 범가너 동영상
- 사실 왼손 투수 대부분이 그렇긴 합니다. 클레이튼 커쇼는 수평 움직임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대신 떠오르는 수직 움직음은 매우 뛰어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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