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가 카디널스를 4승 1패로 제압하면서 12년 만에 와일드카드부터 올라온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자이언츠가 워싱턴 내셔널스를 괴롭혀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거기까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이언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도장 깨기 하듯 올라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우승 경험은 남달랐습니다.
자이언츠가 승리하는 데는 와일드카드도 문제가 없었고 홈팀이 아니어도 문제가 없었고 부상인 선수가 있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저스가 작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진 이유를 팬 입장에서 보자면 라미레즈의 부상, 너무 빨리 터트린 샴페인(지구 우승), 커쇼의 4일째 등판, 식어버린 타선의 침체, 맷 캠프의 부재 등 있었습니다.
다저스 선수들은 그들이 패한 이유가 카디널스 홈구장에서 시작해서 좋지 않았다며 이번은 다를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사실 다저스 선수들 또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죠. 최강 원투펀치 커쇼와 그레인키를 내고 NLCS 1, 2차전에서 1승도 못 올린채 2패를 하고 말았으니까요. 핸리 라미레즈의 부상 공백이 큰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디어 몰리나가 카디널스의 전력 50%를 차지한다면
2013년 핸리 라미레즈는 다저스의 상징이자 전력 50%를 차지했다.
2014년도에는 원정 구장에서 시작하는 불리한 점도 없었고, 아프지 않은 핸리 라미레즈도 있었고 작년 핸리 라미레즈만큼 활약한 맷 캠프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9월 후반기에도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며 주전 및 벤치 멤버들의 활약마저 대단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커쇼마저 샌디 쿠팩스 등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규시즌을 보낸 터라 작년에 진 빚을 되갚아 줄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푸이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밥이었고, 몰리나가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숙지한 후 몸쪽 대신 바깥쪽으로 볼배합을 가져가도 다저스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 했습니다. 심지어 다저스 투수 스캇 엘버트는 타자 몰리나가 잘 치는 몸쪽 공을 던져 주는 바람에 역전을 당할 빌미를 제공해 주었죠.
포스트시즌 핸리 라미레즈는 타율 .429를 치며 여전히 건재했고 맷 캠프도 2차전 홈런을 치며 팀이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했고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은 여전히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졌습니다. 1,2,3 번 타자는 포수 몰리나 볼배합에 놀아나 7,8,9 번 타자 같았고 커쇼는 에이스의 덕목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 했습니다. 4선발 같았습니다. NLDS 3차전에서 핸리 라미레즈는 스트라이크 존이 둥둥 떠다니는 심판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쳤지만, 캠프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냉정함을 잃었습니다.
카디널스는 점수가 필요할 때 쳤고 다저스는 그러지 치지 못 했습니다. 카디널스는 점수를 지켜야 할 때 지키고 다저스는 그러지 못 했습니다. 다저스 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작년과 다른 점은 카디널스가 좋은 야구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야구를 되돌아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 NLCS에서 카디널스 상대로 진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다면 올해는 다저스가 그들이 좋지 못한 야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제대로 뼈저리게 느끼는 시리즈였던 것으로 보이네요. 다저스가 못 해서 진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이제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언더독으로 올라온 두 팀이 승승장구하며 월드시리즈까지 오를만한 가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해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홈경기장을 쓰지 않는 불리함을 안고 시작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1선발을 소진해 불리함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고 어떠한 불리함도 핑곗거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위기 좋은 팀은 우천으로 연기될 때 그 분위기가 식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올라갈 팀은 어떤 환경에서도 올라간다는 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것도 양대리그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팀들은 다 좋은 팀입니다. 떨어진 팀들은 단기전에서 못 했을 뿐이지 여전히 좋은 팀입니다. 하지만 떨어진 팀은 그들이 강점이었던 부분을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타율 .277로 정규시즌 팀 타율 1위 팀이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타율 .218를 기록했고 후반기 타율 1위였던 다저스는 많은 안타를 치고도 카디널스에 패했고 특히 다저스는 9월에 좋지 못했던 투수력을 포스트시즌에도 그대로 옮겨 놓고 말았습니다.
캔자스시티는 그들의 강점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들의 포스트시즌 선발의 평균 자책점은 3.80 ERA로 부진하지만, 구원 투수 성적은 1.80 ERA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선발의 부족함을 불펜들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자이언츠는 그들의 강점인 불펜진이 제역할을 다해줬고 약점으로 보였던 선발진마저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범가너가 가장 큰 역할을 해줬는데요, 포스트시즌 4경기에 나와 31.2 이닝(평균 7.9이닝) 동안 2승 1패 1.42 ERA를 기록했습니다. 다저스 팬들이 커쇼에게 바라던 모습이었는데요, 범가너는 에이스의 덕목이 무엇인지 커쇼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에이스 범가너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로 선정되었습니다.
포스트시즌 승자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상대 팀에 대한 분석과 준비를 철저히 했고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저스를 이긴 카디널스가 그랬고 카디널스를 이긴 자이언츠가 그랬습니다. 마이클 모스는 지고 있는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홈런을 쳤는데요, 그 홈런이 동점으로 이어졌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모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타로 대기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살폈고 범가너의 투구 수를 고려해 대타로 투입될 시기를 예상했다고 합니다. 또 상대 불펜에서 팻 네섹이 올라와 연습투구 하는 것을 보고 실내 타격 연습장에 들어가 사이드암 공을 연습했다고 합니다. 잘 되는 팀, 잘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연히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상대에 따라 철저하게 맞춤형 준비를 했고 그 노력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렇게 잘나가던 두 팀이 서로 만나 자웅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팀이 이길까요? 이번 포스트시즌 만큼은 예상이 무의미했었습니다만, 두 팀 간의 예상은 좀처럼 더 하기 힘드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구원 모두 자이언츠가 우위를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클러치 상황에서는 로열스의 평균자책점이 더 좋았습니다. 타격에서는 로열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선발 투수
자이언츠 2.40 ERA > 로열스 3.80 ERA
구원 투수
자이언츠 1.78 ERA > 로열스 1.80 ERA
Late / Close (클러치 상황)
자이언츠 2.36 ERA < 로열스 0.38 ERA
타율
자이언츠 .244 < 로열스 .259
득점권 타율
자이언츠 .231 < 로열스 .269
Late / Close (클러치 상황)
자이언츠 .212 > 로열스 .203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는데요, 맞추지도 못하는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예상하자면 범가너가 있는 자이언츠가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시리즈에서 그렇듯이 1차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범가너를 대적할만한 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레미 거쓰리가 포스트 시즌 5이닝 동안 1실점하며 잘 던지긴 했지만, 통산 4점대 선발 투수이고 올해 4.13 ERA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팀 내 4선발입니다. 그러면 1선발이 좋으냐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1선발 제임스 쉴즈는 3경기에 나와 5.63 ERA를 기록해 선발 중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2선발 요다노 벤츄라는 1경기는 잘 던지고 1경기는 못 던지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3선발 제이슨 바르가스가 2경기에 나와 2.38 ERA로 가장 잘 던졌습니다. 하지만 1선발로 내기에는 스터프가 좋지 못합니다. 바르가스는 패스트볼은 평균구속 88마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니 더피(정규시즌 9승 12패 2.53 ERA)는 불펜을 맡고 있네요. 로열스가 누구를 1선발로 내든지 범가너보다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예상은 예상일뿐 언더독에서 이제는 탑독이 되어 버린 두 팀의 승부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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