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지식

양손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와 야구 규정 룰

스위치 투수(Switch-pitcher) 팻 벤디트(Pat Venditte)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습니다.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게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희귀하고 역사상 두번째 스위치 투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한 손으로 잘 던져 메이저리그에 오르는 것 조차 힘든데 두 손으로 모두 잘 던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타고난 오른손 잡이인 류현진이 부상 당하기 전 오른손으로 투구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만약 부상을 당한다면 오른손으로 던지면 되니까요. 양손으로 던지게 되면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몸에 부하가 덜 걸려 오랜 시간 활약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왔습니다. 


다르빗슈 유가 연습할 때 왼손으로 투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팔 모두 강하고 균형있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다르빗슈 유는 안타깝게도 토미존 수술 후 재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말이 쉽지 한손으로도 힘든일인데 양손을 사용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습니다. 


19세기에 양손을 쓴 스위치 투수로는 4명의 선수가 있는데요, 토니 멀레인(Tony Mullane, 1882년, 1893년), 엘튼 캠벌레인(Elton Chamberlain, 1888년), 래리 코코란(Larry Corcoran, 1884년), 조지 휠러(George Wheeler)가 있습니다. 


최초의 양손 투수 투수그렉 A. 해리스(Greg A. Harris) 동영상


최초의 스위치 투수로는 그렉 A. 해리스(Greg A. Harris)가 있습니다. 해리스는 타고난 오른손 잡이로 1986년쯤 양손으로 투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1995년 9월 28일이 되어서야 정규 시즌에 왼손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9월 29일에 정규 시즌 경기가 한 경기 남아있었지만 해리스의 은퇴 전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경기였습니다. 해리스는 전업이 아니라 은퇴 전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였던 것이지요. 



그 날은 해리스는 신시내티 레즈 상대로 다음과 같은 투구를 남겼습니다. 


1995년 9월 28일 그렉 A. 해리스 투구 일지

오른손 투구 / 오른손 타자 Reggie Sanders 땅볼 아웃

왼손 투구 / 왼손 타자 Hal Morris - 볼넷

왼손 투구 / 왼손 타자 Ed Taubensee - 땅볼 아웃

오른손 투구 / 오른손 타자 Bret Boone - 땅볼 아웃


그렉 A. 해리스는 이렇게 좋은 투구를 했는데 자신의 재능을 그동안 발휘 못했으니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그는 은퇴 전에 기념비적인 일을 메이저리그에 남겼습니다. 해리스의 스위치 투구는 딱 한번의 등판으로 끝났다면 팻 벤디트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전업 스위치 투수(the first full-time switch-pitcher)가 되었습니다. 


양손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와 야구 규정 룰


뉴욕 양키스가 2007년 팻 벤디트를 45라운드에 지명합니다. 벤디트는 2014년까지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경기를 뛰었습니다. 벤디트는 마이너리그 FA가 되었고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 FA 계약을 맺게 됩니다. 


팻 벤디트 룰(pat venditte rule)은 스위치 투수와 스위치 타자가 만나 만들어진 룰입니다. 2009년 벤디트는 스위치 타자 랄프 엔리퀘즈(Ralph Henriquez)와 만나게 됩니다. 벤디트는 오른손에 공을 들고 있었고 이를 감지한 엔리퀘즈는 타석을 왼손 타자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그러자 벤디트는 다시 왼손으로 바꿔 들었고 엔리퀘즈는 또 다시 타석을 바꿔 오른손 타자 타석으로 옮깁니다. 벤디트는 또 다시 오른손에 공을 쥐었고 엔리퀘즈도 또 다시 왼손 타자 타석으로 변경합니다. 심판이 중재하기 위해 타임을 외치기까지 30초가 걸렸습니다.


스위치 타자 vs 스위치 투수 동영상


이런 일 스위치 투수에 대한 야구 규정이 만들어 지게 됩니다. PBUC (Professional Baseball Umpires Corporation)에서는 스위치 투구 룰을 다음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스위치 투수 야구 규정 룰

1. 스위치 투수는 투구하기 전에 어떤 손으로 투구할 것인지 반드시 정해야 한다. 

2. 그러면 타자는 어느 타석에서 타구를 칠 것인지 정하게 된다. 

3. 투수는 한 타석내에서 다른 손으로 투구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4. 예외가 있는데 투수가 부상 등으로 던질 수 없을 때 한 타석 내에서 다른 손으로 투구하는 것을 허용한다. 

5. 투수는 투구할 손을 바꾼 후 연습 투구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6. 투구할 손을 변경할 때 주심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벤디트 룰 THE VENDITTE RULE

벤디트 룰 THE VENDITTE RULE


양손 투수 팻 벤디트가 2015년 6월 5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합니다. 벤디트가 메이저리그에 풀타임 스위치 투수로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만약에 영화 머니볼 2편이 만들어진다면 벤디트가 중요한 인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팻 벤디트는 펜웨이 파크에서 4-2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지고 있는 가운데 7회와 8회 2이닝을 책임졌습니다. 벤디트는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합니다. 벤디트는 7회 왼손 투수로 왼손 타자 1명에게 던진 뒤 오른손 투수가 되어 오른손 타자 2명에게 던졌고 8회 오른손 타자 3명에게 던졌습니다. 


스위치 투구에 대한 인터페이스 개발이 시급해 보이네요. 아직까지 MLB.com에서는 펫 벤디트를 스위치 투수로 분류하지 않고 스위치 타자, 왼손 투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벤디트는 82.7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77.2마일 체인지업과 71.7마일 커브를 던졌습니다. 


양손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 동영상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배출한 최초의 풀 타임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의 인터뷰입니다.


정말 가치가 있는 대단한 하루였어요. 머리 속에서 1,000번 이상 어떤 일이 생길지 플레이해보잖아요. 나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러한 감정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위치 투수로서 성공적이었다고 말이죠.


레드삭스 존 패럴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밤 정말 어메이징했어요. 팻 벤디트를 지켜보았습니다. 한 사람의 몸으로 양손 투구를 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어요.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 조차도 경이롭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어떤 손으로도 왼손 타자와 오른손 타자를 아웃 시킬 수 있었습니다. 


에이스 감독 밥 멜빈(Bob Melvin)의 이야기입니다. 


스위치 투구는 좀 신기함 그 자체였죠. 여러분들은 스위치 투구가 실용적인지 궁금해 할겁니다. 그가 스프링 캠프에서 했던 모든 것은 팀을 위한 투구였어요. 트리플A에서도 똑같은 투구를 했습니다.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은 그가 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있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손으로 어떻게 해낼지 가늠조차하기 힘듭니다.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두손은 고사하고 한손으로 던져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스위치 투수 글러브


재미있는 야구 영어 표현


에이스 감독 밥 멜핀이 팻 벤디트에 관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You can't even fathom how somebody can do that," Melvin said. "It's tough enough to perform at this level throwing from one side, let alone two."


위 인터뷰에서 멜빈의 이야기를 의역해서 보여드렸습니다. fathom(패덤)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왔습니다. fathom은 수심을 측정할 때 단위로 사용되고 동사로는 가늠하다, 추측하다, 간파하다, 통찰하다, 이해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손으로 어떻게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let alone은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입니다. 앞에 말한 것이 사실 혹은 가능하지 않으니까, 뒤에 말한 것은 당연히 사실 혹은 할 수 없다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즉, "let alone~"은 ~하기는 커녕(~은 고사하고)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에서는 두손은 고사하고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한손으로 던지는 것도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switch pitcher를 다른 말로 ambidextrous pitcher라고 합니다. ambidextrous는 양손잡이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Copyright ⓒ 베이스볼젠 BaseBallG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