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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이야기

코리 클루버 사이영상 수상으로 본 사이영상 기준

코리 클루버가 밝혔듯이 클루버 자신도 사이영상을 기대 안했고 그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팬들도 기대 안했습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사이영상을 받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일이 일어난겁니다. 코리 클루버가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어요. 그의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받을만한 성적입니다. 


10년 동안 사이영상 평균 스탯과 코리 클루버,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성적을 함께 비교해보겠습니다.


NL 사이영상 평균 스탯 18.5승, 2.58 ERA, 230.4 삼진

AL 사이영상 평균 스탯 19.5승, 2.69 ERA, 221.5 삼진

2014 코리 클루버 스탯 18승, 2.44 ERA, 269 삼진

2014 펠릭스 에르 스탯 15승, 2.14 ERA, 248 삼진 


10년간 역대 수상자와 비교해 봤을 때 코리 클루버의 성적은 거의 평균 이상을 보여주고 있네요. 반면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승수 부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15승 투수가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단 2명 밖에 없습니다. 그 만큼 될 확률이 희박했어요. 2013년까지 106명의 사이영상 수상자 중에서 1.9%에 해당되는 확률이니까요. 


코리 클루버 시대를 열다. 사이영상 수상

코리 클루버 시대를 열다. 사이영상 수상




논란이 되었던 2009년 사이영상 


사이영상 기준을 찾아보면 어떤 해는 승수가 중요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해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이영상에 들어맞는 공식이 좀 처럼 만들어지지가 않네요. 15승 투수가 어떻게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2009년도로 되돌아 가봅시다. 


2009년 사이영상 후보

팀 린스컴, 15승 7패, 225.1이닝, 2.48 ERA, 삼진 261, WHIP 1.047, bWAR 7.5

크리스 카펜터스, 17승 4패, 192.2이닝, 2.24 ERA, 삼진 192.2, WHIP 1.007, bWAR 6.5

아담 웨인라이트, 19승 8패, 233이닝, 2.63 ERA, 삼진 212, WHIP 1.210,bWAR 6.2 


누구에게 사이영상을 주고 싶습니까? 팀 린스컴은 승수가 부족해 보입니다. 크리스 카펜터스는 삼진이 부족해 보이죠. 아담 웨인라이트는 평균자책점이 높아 보입니다.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고, 또 누가 받아도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린스컴이 2009년도 사이영상을 수상합니다. 표가 아주 재미있게 나왔습니다. WAR 순서대로 표가 나왔어요.



팀 린스컴 2008, 2009년 사이영상 수상

팀 린스컴 2008, 2009년 사이영상 수상 



2009년 사이영상 결과

1위 팀 린스컴, SFG, 점수 100, 1위표 11.0

2위 크리스 카펜터스, STL, 점수 94.0, 1위표 9.0

3위 아담 웨인라이트, STL, 점수 90.0, 1위표 12.0


1위부터 3위까지 이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심지어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은 아담 웨인라이트가 3가 되었어요.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든 3파전이었고 결국 팀 린스컴이 사이영상을 차지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2팀에서 사이영상 후보자가 나오다 보니 표심이 갈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이영상의 규칙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애매한 상황에서는 삼진을 최고로 고려해서 뽑았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또 다른 경우에는 낮은 삼진 개수가 문제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해는 승을 좋아하고 또 어떤 해는 삼진을 좋아하네요.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자가 획실한 성적이 아니라면 받을 확률이 낮았습니다. 2012년 커쇼가 떨어졌고 2002년 페드로 마리티네즈가 떨어지기도 했죠.


펠릭스 에르난데스 vs 코리 클루버 논란과 스탯 비교 


2014 코리 클루버 스탯 18승, 2.44 ERA, 269 삼진, WHIP 1.095. bWAR 7.4

2014 펠릭스 에르 스탯 15승, 2.14 ERA, 248 삼진, WHIP 0.915, bWAR 6.8


여러분은 코리 클루버가 사이영상을 받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아메리칸리그 사이여상 수상 결과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주장하는바에 따르면 wOBA값을 예로 들며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코리 클루버보다 우수했고 에르난데스가 더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 wOBA = .244, 코리 클루버 wOBA= .277 


wOBA(Weighted On-Base Average)는 가중 출루율로 풀이되는데요, 아래의 공식처럼 해당 항목에 그 가중치를 부여하여 계산합니다. 홈런, 3루타, 2루타, 1루타 순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계산됩니다. 타자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고 투수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두 선수간 차이가 .033로 꽤 나네요.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더 효율적인 피칭을 한 셈이죠.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안타를 맞아도 돈 안되는 1루타를 허용한다던지 볼넷을 적게 내준다던지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 그런 피칭을 해왔던 것입니다. 



코로 클루버 (Corey Kluber) 2014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코로 클루버 (Corey Kluber) 2014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wOBA 차이는 BABIP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BABIP은 투수는 페어볼 지역에 떨어지는 타구에 대해서는 안타가 되는 것을 억제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 놓은 스탯입니다.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당하는 에릭 스털츠(.296)가 사이영상을 받은 잭 그레인키(.311)보다 BABIP이 더 낮았습니다. 결국 두 선수의 BABIP 차이를 해석해보면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투수 친화적인 곳에 있었고 코리 클루버는 그렇지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또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팀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펠릭스 에르난데스 BABIP .258, 코리 클루버 BABIP = .316

시애틀 매리너스 BABIP = .277, 인디언스 클리블랜드 = .310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은 투수 친화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또 수비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태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타자 애드리안 벨트레는 시애틀에서 2할5푼에서 2할7푼까지 좋지 못한 성적을 남겼지만 시애틀에서 벗어나자 2할9푼에서 3할2푼까지 성적이 급상승합니다. 그만큼 에르난데스가 구장 환경의 덕을 보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이영상 평가를 위해서는 어느정도 이런 부분이 보정되어야 합니다. 


투수의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스탯이 바로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인데요, FIP에서는 코리 클루버가 펠릭스 에르난데스보다 더 뛰어난 투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 FIP = 2.56, 코리 클루버 BABIP = 2.35


에르난데스

클루버

ERA

ERA

March

1

0

3.00

April

2

1

2.29

2

3

4.14

May

4

0

2.74

4

0

2.09

June

3

1

1.22

1

3

2.89

July

1

1

1.70

4

0

1.54

August

2

2

3.31

2

2

2.10

September

2

1

1.66

5

1

2.09


에르난데스는 승운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7, 9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만 합이 3승에 그쳤습니다. 반면 클루버는 7, 9월에 9승이나 올렸습니다. 두 선수간 승수 차이가 무려 6승이나 납니다. 이는 에르난데스가 승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 에이스끼리 승부가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평균자책점을 고려하면 에르난데스는 승수가 분명 적었습니다. 2012년도 커쇼의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지만 사이영상 2위에 그치고 말았죠. 부족한 승수 14승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2012년 커쇼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네요. 


2012년 사이영상 RA 디키의 압승


2012년 사이영상 수상

1위 R.A. 디키, 20승 6패, 2.73 ERA, 232.2 이닝, 230 삼진, bWAR 5.8

2위 클레이튼 커쇼, 14승 9패, 2.53 ERA, 227.2 이닝, 229 삼진, bWAR 6.2

3위 지오 곤잘레스, 21승 8패, 2.89 ERA, 199.1 이닝, 208 삼진, bWAR 4.9


2012년 사이영상은 R.A. 디키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디키는 커쇼보다 평균자책점은 좋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승수 20승을 달성합니다. 21승을 달성한 지오 곤잘레스는 이닝이 디키보다 부족하고 평균자책점도 좋지 못합니다. 커쇼의 2년속 사이영상 실패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마찬가지로 승수에 있었습니다. 


R.A. 디키 2012년 사이영상 수상 



사이영상 기준과 경향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코리 클루버의 성적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사이영상 공식, 즉 어떤 규칙이 존재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승수가 평균자책점보다 우위

2014년 에미칸리그 사이영상 결과로부터 역대 사이영상 결과까지 그 규칙을 찾아내자면 승수가 평균자책점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커쇼가 18승이었고 쿠에토가 21승이었다면 어쩌면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았겠죠.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해도 승수가 좋지 않으면 사이영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2005년에는 로저 클레멘스는 1.87 ERA라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ERA+(조정평균자책점)은 200을 넘기가 힘든데요, 무려 226점으로 대단한 수치였죠. 하지만 13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21승을 차지한 크리스 카펜터스가 그 영광을 차지합니다. 


1996년에 케빈 브라운은 17승 11패 1.89 ERA를 기록했지만 24승과 ERA 2.94를 기록한 존 스몰츠에게 사이영상을 뺏기고 말았죠. 20승에 사이영상 프리미엄이 붙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20승 이상 거둔 투수들이 사이영상을 거두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승수는 사이영상에 큰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존 스몰츠 1996년 사이영상 수상 



2. 평균자책점과 삼진수가 승수를 이긴다

승수가 우선이 되긴 하지만 큰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에는 적은 승수로도 사이영상을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승수가 가장 큰 어필이 되겠지만 나머지 성적이 따라 오지 않는다면 평균자책점과 삼진수에서 우위를 보인 선수가 받는 예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린스컴처럼 적은 승수로도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우열을 가리기 힘들때는 이닝수가 그 기준점이 되었다.

2007년 사이영상에서 조쉬 베켓과 CC 사비시아가 각축전을 벌였는데요, 스탯 자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베켓은 20승, 3.27 ERA로 승수 1승차, 평균자책점 0.06점 차이로 사비시아를 앞섰고 사비시아는 삼진수 15개 차이로 앞섰습니다. 결국 차이는 이닝수에 있었어요. 베켓은 200.2이닝을 소화했지만, CC사바시아는 241.0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사이영상은 많은 이닝을 기록한 CC사바시아의 몫이 되고 말았지요.



CC 사바시아 2007년 사이영상 수상 


4. 결국 투표 결과가 WAR 순과 거의 일치한다.

투표 결과를 찾아보면 WAR로 줄세우면 상당한 비슷할 정도로 WAR의 순서와 투표 결과가 비슷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수의 가치가 WAR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많은 컬럼에서 세이버 매트릭스를 기준으로 사이영상 결과를 해석하는 것 보면 이제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스탯이 사이영상의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는 것으로 풀이되네요.


개인적으로 코리 클루버의 사이영상을 더 환영하는데요, 시애틀 타자들이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도와줬더라면 아니 좀 더 승리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 사이영상의 몫은 에르난데스의 차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이영상은 투수만의 능력을 평가하는 상이지만 타자의 도움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클레이튼 커쇼의 기록은 대단했지만 사이영상을 받는 데는 다저스 타자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코리 클루버 동영상


참조: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com, MLB.com Baseball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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