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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TCH/fx & STATCAST

마그누스 효과, 야구공의 회전과 움직임

앞서 1부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코스별로 나누어서 살펴봤고, 2부에서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구력과 볼 배합 패턴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어보았습니다.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투수마다 차이가 있는데요, 이번 3부에서는 투수가 던진 야구공의 움직임이 어떤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체인지업의 움직임에 대한 구체적인 야이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 동영상



한 시대를 지배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 동영상 잘 보셨나요? 마르티네즈는 체인지업은 마구였죠. 체인지업 역대 순위 안에 꼭 드는 인물이 마르티네즈입니다. 마르티네지의 체인지업 확인해 보셨나요? 바쁘신 분은 42초를 클릭하시면 체인지업 투구를 바로 보실수 있어요. 동영상 속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처럼 한가운데로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깥쪽으로 빠르게 휘면서 가라앉습니다. 마르티네즈는 도대체 이 마구를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제어할 수 있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속도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할 수 있고, 목표 지점을 정해 어느 방향으로 공을 던질 것인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 공의 회전을 강하게 또는 약하게 줄 수 있고 회전 방향을 12시로 만들 수도 있고 6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면 페드로 마르티네즈처럼 최고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습니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제어할 수 있는 요소 - 속도 조절, 방향 선택, 회전수, 회전 방향 


투수가 가장 기본적으로 던지는 공은 패스트볼입니다. 패스트볼을 던지면 회전 방향이 아래의 그림처럼 백스핀이 걸립니다. 커브는 패스트볼과 그 반대 방향의 회전인 생깁니다. 커브 회전 방향을 탑스핀이라고 합니다. 공이 가는 방향과 회전의 방향을 알면 공의 움직임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커브와 패스트볼 중심으로 공의 움직임 변화를 알아보겠습니다. 



 

커브는 다른 구종보다 더 많이 가라앉습니다. 가라앉는 힘을 최대로 만들기 위해 탑스핀을 많이 걸면 걸수록 가라앉는 힘이 더 많아집니다. 반대로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백스핀을 걸어주면 뜨는 힘이 생겨 회전이 없는 공에 비해 덜 가라앉게 됩니다. 백스핀의 회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떠오르는 힘이 증가하는데요, 많은 회전이 걸려있는 패스트볼은 회전이 덜 먹힌 공보다 시각적으로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름철 비치볼을 가지고 실험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공의 움직임은 마그누스 효과로 설명됩니다. 


지난번 글에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 매그너스)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동영상을 소개했는데요, 못 보신 분은 아래의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잘 이해하셨나요? 아래 그림과 같이 오른쪽을 항해 커브볼을 던집니다. 이 공은 탑스핀이 걸려 있습니다. 아래쪽 공기는 공의 회전 방향과 같아서 빠르게 움직이고, 위쪽 공기의 흐름은 공의 회전 방향과 반대라서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느리게 움직이죠. 


유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압력이 낮아지고, 느리게 움직이면 압력이 높아집니다. 베르누이가 알아낸 법칙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유체가 빠르면 자신의 압력을 행사할 시간이 없으므로 압력이 낮아집니다.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므로 마그누스의 힘이 아래로 내려가는 거죠. 이런 원리로 물체가 회전 없을 때보다 더 떨어지게 됩니다. 


커브볼과 마그누스 효과 


아래의 그림은 90마일로 백스핀이 2200rpm(분당 회전수)으로 걸린 패스트볼과 던졌을 때와 80마일로 탑스핀이 1300rpm으로 걸린 커브를 비교한 그림입니다. 회전수가 더 많으면 많을수록 마그누스 힘이 더 강해집니다. 탑스핀을 더 강하게 걸수록 가라앉는 힘이 커지고, 백스핀이 더 강할수록 뜨는 힘이 커집니다. 




앞서 강한 백스핀이 걸려있는 패스트볼은 시각적으로 떠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빠르고 강한 백스핀을 건다면 정말 야구공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징 패스트볼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필요한 만큼 백스핀을 많이 걸거나 빠르게 던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 투수가 등장한다면 라이징 패스트볼을 만들어 내겠죠. 아래의 그림은 초기 속도 110mph로 순수하게 백스핀을 3500RPM으로 걸고 수평 방향으로 던졌을 때 생기는 궤적을 보여줍니다. 안타깝게도 아래의 그림처럼 라이징 패스트볼이 야구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패스트볼과 커브의 움직임을 마그누스 효과로 설명했는데요, 위아래 움직임만 존재했습니다. 그 이유는 12시 방향과 6시 방향으로 회전을 주었기 때문이죠. 그러면 3시 방향이나 9시 방향으로 회전을 걸면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앞서 보았던 마그누스 효과를 옆으로 뉘어서 보면 똑같은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데요, 오른손 투수가 던진 슬라이더가 왜 왼쪽으로 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내용과 방향만 바뀌었지 똑같은데요, 왼쪽 공기는 공의 회전 방향과 같아서 빠르게 움직이고, 오른쪽 공기의 흐름은 공의 회전 방향과 반대라서 충돌이 일어나 느리게 움직입니다. 압력은 오른쪽이 높아지고 왼쪽이 낮아집니다. 따라서 마그누스의 힘은 공기의 흐름이 빨라서 압력이 낮은 왼쪽 방향으로 생겨납니다. 이 공은 중력의 힘을 받게 되므로 떨어지면서 왼쪽 방향으로 빠지는 우아한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슬라이더와 반대 방향인 체인지업도 같은 원리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으면 공의 회전 방향과 마그누스의 힘이 어느 방향으로 형성되는지 알아차렸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회전 방향과 마그누스의 힘은 반대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특별한 말이 없으면 오른손 투수 시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른손 투수 시점에서 커브볼을 왼쪽으로 살짝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면 1시 방향으로 회전을 주면 됩니다. 그 회전 방향과 반대 방향인 7시에 마그누스 힘이 작용하게 되는 거죠. 




야구공의 회전 방향과 마그누스 힘 방향, 오른손 투수 기준 


1시 방향으로 커브볼 회전을 주면 가라앉는 힘이 아주 조금 적어지지만, 그 대신 왼쪽으로 좀 더 휘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커브볼을 12시 방향의 커브볼과 1시 방향의 커브볼을 궤적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12시 방향 커브볼과 비교해 오른손 투수 시점 11인치 만큼 왼편으로 움직였습니다. 아래는 포수 시점에서 커브볼의 궤적을 보여주는데요, 실제와 스트라이크 존과 달리 왜곡되어 있습니다. 







회전 방향과 마그누스 힘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패스트볼도 회전 방향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패스트볼을 왼쪽으로 휘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휘기도 합니다. 오른손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던지는 커터는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서 우측으로 옮기고 중지에 힘을 가해 우측으로 빗겨 때립니다. 회전 방향이 5시라고 가정하면 마그누스의 힘이 11시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살짝 커팅됩니다. 그립에 따라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로 구분합니다.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검지를 강하게 실밥을 긁어줍니다. 회전 방향이 7시라고 가정하면 마그누스의 힘이 1시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파고들게 됩니다. 




패스트볼보다 구속이 느리고 아래로 빨리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어떻게 던질까요? 패스트볼의 구속과 회전수를 낮추어 주면 됩니다. 스플리터도 체인지업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요, 백스핀이 덜 걸리게 하려고 손가락을 최대한 벌려주는 거죠. 백스핀이 적게 걸릴수록 더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회전을 아예 걸지 않는다면 백스핀이 걸린 공보다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때 수직 움직임을 0으로 둡니다. 수직 움직임의 기준점이 되는 거죠. 패스트볼처럼 백스핀이 많으면 수직 움직임은 (+)값을 가지고, 커브처럼 탑스핀이 많으면 수직 움직임은 (-)값을 가지게 됩니다. 


회전을 걸지 않고 던지는 공을 너클볼이라고 합니다. 회전이 없어서 특정 방향으로 가려는 마그누스 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클볼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공이 움직이게 되고 방향성 없이 나비가 춤추듯 나풀나풀거리며 날아옵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마구 흔들려서 오는거죠. 포수도 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 포구하는데 힘들어합니다. 너클볼러로는 필 니크로 (Phil Niekro), 팀 웨이크필드 (Tim Wakefield), R.A. 디키 (R.A. Dickey)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옥춘이, 채병용, 마일영 등이 있습니다. 정말 나비가 나풀거리는지 R.A. 디키의 마구 너클볼을 감상해보겠습니다.



3차원 오른손 좌표계


3차원 좌표에 익숙한 분이라면 x축, y축만 사용해서 2차원적인 회전만 만들어 온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남아 있는 축인 z축으로 회전시키면 새로운 구질이 나오게 됩니다. 위 그림의 좌표축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마이너스 z축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스크류볼(Screwball)이 되고, 시계 방향으로 돌면 자이로볼(Gyroball)이 됩니다. 이 두 구질의 정확하게 진행방향과 수직을 이루면 공기 흐름이 주변보다 빨라지는 곳은 생겨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z축으로 회전하는 스크류볼과 수직 움직임이 0가 됩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이야기를 하려고 마그누스 효과를 설명하다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공의 방향과 회전 방향에 따라 마그누스 힘이 어디로 적용되는지 구종 대부분을 다루었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대해 잠깐 언급한 후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계약 체결 후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미국 현지에선 속구 만큼이나 서클체인지업을 높게 평가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속구와 체인지업을 같은 투구폼에서 던지거든요. 구속 차이도 속구와 15km/h(9.3mph) 이상 나고, 각도도 잘 떨어지는 날엔 포크볼처럼 떨어져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콜 헤먼스와 뉴욕 메츠의 요한 산타나 등 정상급 투수들의 체인지업과 비교한다면 자신의 체인지업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잘 떨어지는 날은 그 선수들만큼 좋다고 봐요.


두 선수는 체인지업 외에도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잘 던집니다.


지난해까진 제 슬라이더가 별로였어요. 그러다 올 시즌 후반기에 좋아졌어요. 어느 순간부터 신기하게 슬라이더가 들어가더라고요. 스피드나 꺾이는 각이나 제가 봐도 괜찮은 것 같아요. 미국 가면 왼손 타자들한텐 슬라이더가 먹힐 것 같아요.


출처: [매거진S] 류뚱, MLB 몬스터에 도전하다, 2012-12-28


국내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최고일 때는 포크볼처럼 홈플레이트로 오다가 뚝 떨어져 타자의 방망이가 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공이었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체인지업

연도 / mph / 수평 움직임 / 수직 움직임 / 비고

2012 79.81     4.79 7.29       시즌 전체

2013 80.18     8.30 6.69     시즌 전체

2014 82.90     8.47 6.54     시즌 전체

2014 83.81     8.24 7.53        8/2 시카고 컵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차이

연도 / mph / 수평 움직임 / 수직 움직임 / 비고

2012 9.04       1.41 5.29     시즌 전체

2013 10.94     2.08 3.08     시즌 전체

2013 14.7     2.19 4.44    5/28 엔젤스 경기

2014 8.66     1.95 2.71     시즌 전체

2014 8.89     2.11 2.09     8/2 시카고 컵스



2012년 한국에 있을 때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수직 움직임이 차이가 가장 많이 났습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2012년의 수직 움직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수직 움직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앞서 언급한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요, 체인지업의 속도를 줄이거나 공의 회전을 줄여줍니다. 체인지업은 백스핀이 걸려 위로 뜨는 힘이 작용하게 되는데요, 이 마그누스 효과를 줄이기 위해 왼손 투수 기준으로 최대한 3시 방향으로 회전 방향을 주게 되면 수직 움직임이 증가하게 됩니다. 


4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