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푸이그, 김진형 배트 플립(빠던)을 보는 시선
배트 플립(Bat Flip)은 타자가 공을 치고 난 후 배트 던지는 행위를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배트 플립은 메이저리그에서 유난히 문제시 삼습니다. 국내 프로야구를 보면서 한 번도 배트 플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타자는 내야 땅볼을 쳐 1루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하거나 안타로 2루까지 진루하기 위해 배트를 내팽개칩니다. 아니면 빨리 뛰기 위해 살포시 배트를 내려놓죠.
이때 멋있는 빠던(빠따 던지기)이 나오지 않죠.
타자는 여유가 없을 땐 멋있는 빠던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요, 배트를 멋있게 던지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타자는 홈런임을 직감할 때 배트 플립을 시도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배트 플립은 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고 난 뒤 반동을 이용해 배트를 던집니다. 내가 해냈어라는 감정을 담은채 말이죠. 배트 플립은 홈런에 친 것에 대한 일종의 세러머니입니다.
상대편 선수가 아무리 기분 나쁘게 빠던을 해도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시선은 공의 궤적에 가있습니다. 상대편 선수가 친 그 공이 홈런이 되는지 안되는지가 궁금할 뿐 배트가 수백 번 돌던 수천 번 돌던 별 관심이 없습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야시엘 푸이그 빠던 Yasiel Puig Bat Flip
출처: 뻔한그레이님 그림 (송진우의 빅팬)
메이저리그 야구는 단순히 배트 플립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과도한 홈런 세러모니를 문제 삼습니다. 홈런을 친 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거나 계획적인 세러모니는 수십 년 동안 경기의 일부가 되어 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아 진정한 라이브볼 시대를 연 위대한 베이브 루스는 홈런을 치고 난 뒤에 모자를 흔들며 베이스를 돌았습니다. 베이브 루스의 그런 세러모니는 흠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홈런 세러모니는 급속도로 번져갔고 통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과도한 홈런 세러모니는 상대를 자극시킵니다. 투수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행위가 "넌 머저리야! 넌 정말 바보 같은 공을 던졌어!"라고 놀리는 것처럼 들립니다. 과도한 홈런 세러모니는 상대를 도발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행위가 문제가 되었고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과도한 홈런 세러모니를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가 푸이그, 김진형 배트 플립(빠던)을 보는 시선
최근 미국 시각 2015년 4월 14일 날짜에 LA Times는 "Dodgers' Yasiel Puig wants to cut down on bat flips"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가 뱃 플립을 줄이길 원한다는 기사였어요. LA Times 기자 Dylan Hernandez는 최근 푸이그가 시애틀과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 뱃 플립을 하지 않았고 이러한 행동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LA Times 인용
he didn’t so much flip his bat as he did toss it aside.
그는 배트를 많이 뒤집지 않았고 한쪽으로 살짝 던졌다.
배트 플립을 배트 던지기로 이해하고 있지만 엄격하게 표현하면 배트 플립은 배트를 위아래로 뒤집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배트가 위아래로 빙글빙글 돌아가게 하는 것을 배트 플립이라고 하고 그냥 던지는 것은 배트 플립이 아닌 것이지요.
푸이그의 뱃 플립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그만의 행위일 수 있는데요, 몸에 밴 배트 플립을 일부러 자제하고 있다고 LA Times는 밝혔습니다. 푸이그의 세러모니가 일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만 푸이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야시엘 푸이그 배트 플립을 자제한 경기 동영상
나는 미국 야구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경기에 무례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죠.
푸이그는 배트 플립에 대해 상대팀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의미에서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내가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건 아니에요. 내가 가진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배트 플립을 한 겁니다.
격한 감정이 일어날 때는 배트 플립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중요한 의미를 담은 홈런이라든지 이전 타석에서 못해 좌절했을 때라든지 팀에 중요한 득점을 만들었을 때 배트 플립을 할지도 몰라요.
푸이그의 배트 플립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문제가 안되듯이 쿠바 야구에서도 배트 플립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그 문제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인 선수들에게는 엄격하게 뱃 플립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푸이그의 뱃 플립을 문제시 삼아 왔는데요, 푸이그가 뱃 플립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여러 곳에서 많이 아쉬워하고 있고 또 푸이그의 뱃 플립을 기념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이 재미있는데요,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An ode to Yasiel Puig's best bat flips"를 해석해보면 "옆에 없으면 더 애틋해지는 법: 야시엘 푸이그의 베스트 뱃 플립에 대한 송가"
야시엘 푸이그의 홈런 빠던은 2013년 6월 4일부터 시작되었고 메이저리그 데뷔 둘째 날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아래 GIF는 그 경기에서 나온 두 번째 홈런의 빠던입니다.
끝내기 홈런이라면 사정이 다른데요, 그럴 경우에는 과도한 세러모니가 허용되기도 합니다. 아래 gif는 2013년 7월 28일 푸이그의 첫 끝내기 홈런 장면입니다.
2014년 5월 3일 야시엘 푸이그가 약간 거만해 보일 정도로 빠던을 연출하는데요, 이날 엄청 큰 대형 홈런이 나왔습니다. 452피트짜리 큰 홈런이었고 그 기쁨을 감추기 어려웠나 봅니다.
아래는 다소 민망한 배트 플립입니다. 푸이그는 홈런인 줄 알고 배트 플립을 했지만 외야수가 잡고 말았죠. 홈런이 아닌데 홈런처럼 세러모니를 할 경우 다소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전준우 선수처럼 월드 스타로 등극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준우 선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빠던의 거장은 전준우라 생각합니다. 그의 빠던은 거만해 보이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고 엘레강스합니다.
아래는 다저스 전담 해설자 빈 스컬리가 야시엘 푸이그의 뱃 플립에 대해 그의 생각을 말해 화제가 되었던 장면입니다. 빈 스컬리는 하는 말이 다 야구 명언에 실려야 할 정도로 주옥같은 해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야시엘 푸이그의 뱃 플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배트 플립을 배우길 원한다면 여기 마에스트로 장인이 있다.
아래 장면은 처음 봅니다. 아니면 봤는데 기억에 없을 수도 있네요. 볼넷 상황에서 배트를 던졌는데 이게 뭔가요? 홈런도 아닌데 겨우 볼넷으로 뱃 플립을 한다는 게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2015년 스프링 캠프에서 푸이그의 빠던은 계속되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빠던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있네요.
야시엘 푸이그는 2015년 첫 홈런을 친 후 배트 플립을 멋지게 하고 있습니다.
야시엘 푸이그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빠던을 하지 않자, 여러 매체에서 그의 빠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MLB.com Cut4(짤방 위주의 기사를 다룸)에서 두산 신인 김진형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소개하며 그의 배트 플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기사에서는 얼마 전 푸이그가 배트 플립을 하지 않는다는 슬픈 기사를 접했는데, 이제 푸이그의 배트 플립이 없어져 김진형의 배트 플립 영상이 공허한 마음을 달랜다고 그의 뱃 플립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ICYMI (seems to have caught the eye of some fans outside of Korea): First career home run for Doosan's Kim Jin-hyung pic.twitter.com/23j1tFUh3M
— Dan (@MyKBO) 2015년 4월 14일
아직까지는 과도한 홈런 세러모니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금기시되는데요, 특히 신인이 뱃 플립을 과도하게 하는 것을 좋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단적인 예로 위 트위터 댓글에서는 김진형이 은퇴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진형이 말년 병장처럼 뱃 플립을 하고 있다고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죠.
MLB.com Cut4에서 김진형의 홈런 배트 플립을 다룬 것도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뱃 플립을 과장되게 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신인마저 베테랑처럼 뱃 플립을 하니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혹시 국내 기사에서 김진형 홈런 배트 플립에 대해 지적한 기사가 있는지 살펴봤더니 한 편도 없었습니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는 "신인이 데뷔 첫 홈런치고 과도한 뱃 플립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견해를 돌려서 비난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고 MLB.com Cut4에서 지속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뱃 플립에 대한 것을 올리는 것으로 보아 김진형 선수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는 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김진형은 데뷔 첫 홈런이라 멋있게 하려고 했지만 반동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빠던을 하지 못했고 억지로 던지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김진형 선수의 뱃 플립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아니지만 아래의 영상을 보면 김현수가 신인 김진형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빠던보다는 신인이 타구를 계속 감상했던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보았나 봅니다.
메이저리그 신인 작 피더슨 첫 데뷔 홈런 동영상, 전형적인 신인의 모습
메이저리그에서는 과도한 홈런 세러머니를 여전히 금기시하지만, MLB.com Cut4에서는 푸이그 뱃 플립이 사라져 볼거리가 없어졌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도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푸이그의 뱃 플립에 열광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그의 뱃 플립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홍성흔 배트 플립 동영상
그들의 눈에는 홍성흔 같은 뱃 플립이 자극적일 수 있고 또 흥미의 대상이 됩니다. 왜 야구만 그런 걸까요? 축구는 한 골 넣을뿐이지만 연장전 끝내기 홈런을 친 것처럼 모두가 몰려와 축하해주고 세러모니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메이저리그 야구는 참 매력이 없습니다. 이런 적절한 세러모니가 있어야 관중이 열광하고 서로 난투극까지 펼쳐지며 전쟁하듯이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람들이 애향심을 가지고 야구장으로 많이 몰려들 것입니다.
추신수 선수 경기를 볼 때 가장 아쉬운 것은 홈런 세러모니입니다. 추신수 선수는 마이너리그 야구부터 시작해 전통적인 미국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추신수 선수가 홈런을 치면 배트 플립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예의 바르게 사뿐히 배트를 내려놓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고개를 숙인 채 속도감 있게 한 바퀴 돌고 옵니다. 야구의 꽃은 홈런 아닙니까? 홈런 친 것이 매우 기쁜 일인데 죄지은 듯이 도망치듯 덕아웃으로 들어가니 팬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마치 자극적이지 않은 베이스볼젠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WWE 벌트
이 선수 왜 이러는 걸까요? WWE 벨트를 왜 차고 있는걸까요? 프로 레슬링이 가짜인 것을 알면서 왜 보는 것일까요? 관중을 자극하는 행동, 즉 쇼맨십(showmanship)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편 선수가 관중을 기분 나쁘게 자극하기도 하고 그런 선수를 제압하는 우리 선수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야구는 왜 얌전하게만 해야 하는 걸까요?
얼마 전 김형준 칼럼 [인사이드MLB] '메이저리그가 위기인 진짜 이유'라는 기사에서 메이저리그가 경기 시간을 줄이면서 젊은 팬들을 잡으려고 한다는 내용을 보았는데요, 경기 스피드업보다 더 중요한 건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WWE의 약자는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입니다. 관중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추가해 MLB가 아니라 앞으로 MLBE(Major League Baseball Entertainment)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베이브 루스의 홈런과 그의 세레모니가 관중을 끌어모았다면 세레모니에 대한 규제가 관중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푸이그를 보고 열광하는 것은 그가 가진 독특한 쇼맨십 때문입니다. 상대팀 팬들에게는 혼내줘야 할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흥행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팬이라면 푸이그에게 욕을 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몰려들 테니까요.
메이저리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홈 충돌 규정을 한국 프로야구 문화와 비슷하게 바꾼 것처럼 홈런 세레모니와 배트 플립 문화를 받아들인다면 경기 스피드업보다 더 많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빠던의 거장, 전준우
개인적으로 배트 플립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선수
추가 작성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 재미있게 보셨나요? MLB.com에서 투수가 타석에서 어떤 배트 플립을 하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은 기본이지^^ 투수라고 배트 플립 하지마라는 법은 없다고!
재미있는 야구 영어 표현
야시엘 푸이그가 배트 플립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줄이다는 말을 cut down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Dodgers' Yasiel Puig wants to cut down on bat flips
scale back이라는 표현을 썼네요. 주로 사업, 투자 등의 규모를 줄일 때 사용합니다. cut back도 함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On Tuesday, the world was handed some sad news as The Los Angeles Times reported that MLB superstar Yasiel Puig plans to scale back on his iconic bat flips.
Yasiel Puig is cutting back on his bat flips, and the baseball community is disapointed.
고의로 일부러라는 뜻으로 on purpose, intentionally, deliberately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지 않습니까? 'by design'도 '고의로, 계획적으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This was by design.
푸이그는 의도적으로 배트 플립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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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Dodgers' Yasiel Puig wants to cut down on bat flips, LA Times.
[2]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An ode to Yasiel Puig's best bat flips, MLB.com
[3] With Yasiel Puig scaling back, let this incredible KBO bat flip fill the void in your heart, ML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