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야기

클레이튼 커쇼 MVP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결

베이스볼젠 2014. 11. 14. 08:38

2014년 클레이튼 커쇼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왔습니다. 1968년 세인트루이스 소속 밥 깁슨(Bob Gibson)이 22승 9패 1.12 ERA, 268삼진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와 사이영을 동시에 수상한 이후 굳게 닫혔던 내셔널리그 MVP 장벽을 커쇼가 무너뜨렸습니다. 그것도 무려 46년 만에 말이죠. 


대부분 야구 관계자는 타자가 MVP를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투수가 잘해도 타자가 45년간 NL MVP 상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에 투수가 MVP 상을 수상하지 못하면 어쩌면 투수에게는 45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러 90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죠. 


페드로 마르티네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1920년 라이브볼 시대 이후로 단일시즌 최고의 조정평균자책점인 291점을 2000년에 기록합니다. 그것도 약물 시대에 말이죠. 약물 시대였기 때문에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기록이 더 빛났습니다. 


마르티네즈는 18승 6패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자신의 커리어하이인 1.74를 기록합니다. bWAR 11.7로 전체 1위였죠. 하지만 MVP[각주:1] 5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제이슨 지암비는 WAR 7.7을 기록했어요. 투수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MVP는 늘 타자들 몫이었죠. 


1999년 이해할 수 없는 타자 MVP 

이반 로드리게스, 투표 결과 252점, WAR 6.4, 144경기, 35홈런, 113타점, .332/.356/.914

페드로 마르티네즈, 투표 결과 239점, WAR 9.7, 31경기, 23승 4패, 2.07 ERA, 213.1이닝, 313삼진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있던 아메리칸리그는 가끔식 투수들이 MVP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는 어림없었습니다. 랜디존슨은 5번의 사이영상을 받았지만, MVP에서는 6위가 최고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랜디존슨은 삼진[각주:2] 374개를 달성했지만 약물 시대 타자들을 이길 수 없었어요. 특히 배리본즈는 엄청난 활약으로 매년 MVP를 쓸어 담았죠. 랜디 존슨 이후에는 내셔널리그에서 어메이징한 기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NL MVP 수상자 클레이튼 커쇼, AL MVP 수상자 마이크 트라웃



돈 매팅리 

1986년 양키스 선수 시절 돈 매팅리는 .352/.394/.573/.957, 홈런 31, 타점 113점, WAR 7.2를 기록했고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162경기를 모두 뛰었어요. 심지어 1년 전 MVP(타점 145점)를 수상했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보스턴 선발 투수 로저 클레멘스에게 밀려 MVP 2위가 되고 말죠. 그 당시에는 매팅리는 매일 경기에 출장하는 타자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3경기만 뛰는 투수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1986년 MVP 후보 성적

로저 클레멘스, 339점, WAR 8.9, 33경기, 24승 4패, 2.48 ERA, WHIP 0.969, 238삼진

돈 매팅리, 258점, WAR 7.2, 162경기, .352/.394/.573/.957, 홈런 31, 타점 113점


돈 매팅리 감독은 커쇼를 보며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어요. "감독의 입장에서 커쇼를 보니 정말 가치가 있다.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한다. 투수는 MVP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커쇼는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대호 vs 류현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투수 MVP냐 타자 MVP냐 인데 2010년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투수가 MVP 경합을 벌였습니다.  


2010년 MVP 후보 성적

이대호 0.364/0.444/0.667/1.111, 127경기, 133타점, 44홈런, 9경기 연속 홈런

류현진 1.82 ERA, 16승 4패, 192 2/3이닝 , 187삼진 , 5완투, 3완봉, 퀄러티 스타트 23회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대호와 류현진은 트리플 크라운을 모두 기록했어요.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고 류현진은 연속 23경기 퀄러티 스타트로 세게 신기록을 작성했어요.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든 MVP 경쟁이었죠. 개인적으로 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는 매일 뛰는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MVP는 이대호에게 돌아갔고 류현진은 생애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아쉽게도 MVP를 받지 못했습니다. 


MVP급 타자들의 부재

내셔널리그 MVP 후보였던 폴 골드슈미트, 앤드류 맥커친,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부상을 당하면서 뛰어난 MVP 후보가 없는 가운데 커쇼의 엄청난 호투와 맞물려 8월 초 커쇼의 MVP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MLB 기자들은 커쇼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MVP까지 노려볼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사이영상 3회, MVP 1회, 골드 글러브 1회, 올스타 4회 




진보와 보수의 MVP 논란

"투수는 왜 MVP가 되면 안 되느냐?"라는 기존의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커쇼를 지지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투수=사이영, 타자=MVP로 보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타자가 MVP를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커쇼의 MVP 논란은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 보수 세력이 좋아할 만한 타자가 나타납니다. 내셔널리그 홈런 부분 1위를 달렸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었죠. 홈런과 타점 부분에서 1위를 계속 유지해나간다면 MVP가 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쇼의 대항마를 넘어 강력한 MVP 후보였던 스탠튼은 얼굴에 공을 맞아 그대로 쓰러졌고 시즌 아웃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앤드류 맥커친, 부상당한 지안카를로 스탠튼, 한 달 이상의 부상을 딛고 일어선 클레이튼 커쇼, MVP 경쟁이 3명으로 압축되었습니다. 


2014년 MVP 후보 성적

클레이튼 커쇼 27경기, 21승 3패, 1.77 ERA, 239 삼진, bWAR = 7.5, fWAR = 7.2

앤드류 맥커친 146경기, 25홈런, 83타점, .314/.410/.542/.952, bWAR = 6.4, fWAR = 6.8

지안카를로 스탠튼 145경기, 37홈런, 105타점, .288/.395/.555/.950, bWAR =6.5, fWAR = 6.1


커쇼가 MVP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가치관은 늘 타자에게로 향해있었으니까요. 커쇼는 사이영상 만장일치라는 쾌거를 달성했어요. 커쇼가 이룬 성적이 27경기 만에 세운 기록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커쇼는 호사가들이 만들어 놓은 200이닝의 한계를 무너뜨렸고 이제는 MVP를 수상하면서 내셔널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2014년 MVP 투표 현황

커   쇼 355점, 1위 18표, 2위   9표, 3위   1표

스탠튼 298점, 1위   8표, 2위 10표, 3위 12표 

매커친 271점, 1위   4표, 2위 10표, 3위 15표



1968년 세인트루이스 소속 밥 깁슨(Bob Gibson) MVP, 사이영상 동시 수상

22승 9패 1.12 ERA, 268삼진



커쇼는 정말 대단한 한 해를 보냈고 다저스가 거둔 94승 중 커쇼의 지분은 22.3%나 되었습니다. 그것도 27경기 만에 말이죠. 5월 혼자만의 스프링캠프를 치른 커쇼는 6월 한 달 동안에는 엄청난 괴력을 과시했어요. 6경기에 나와 6승을 거두었고 44이닝 동안 4점을 내주며 0.82 ERA를 기록했어요. 그리고 커쇼는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8월 말 커쇼가 사이영상을 수상받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으나 트리플 크라운이 될 경우 투표자들에게 더 큰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커쇼는 마지막 한 경기가 부족해 200이닝을 달성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삼진 개수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만장일치는 물론 MVP까지 쓸어 담으며 46년 만에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결이 일고 있네요. 



NL MVP 수상자 클레이튼 커쇼, AL MVP 수상자 마이크 트라웃




[Copyright ⓒ BaseBallG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1999년 23-4, 2.09 ERA, 313삼진, WAR 9.7를 기록했지만 MVP 2위에 머물고 말았다. 이반 로드리게스가 WAR 6.4로 MVP를 받았다. [본문으로]
  2.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3위, 1위 놀란 라이언 383개, 샌디쿠펙스 382개, 3위 랜디 존슨 372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