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야기

한국시리즈 3차전 강정호의 잘못일까?

베이스볼젠 2014. 11. 7. 23:50

넥센 입장에서는 참 아까운 3차전이 되었습니다. 삼성에게는 정말 행운이 따라주는 경기였죠. 높은 볼이 전부 화근이 되었습니다. 장원삼이 맞았던 홈런도 높았고 이승엽에게 내준 행운의 안타도 높았고 박한이게 때린 결승 홈런도 높았습니다. 


박한이가 때려낸 홈런은 목동표 홈런이었습니다. 잠실 구장에서는 어림없는 홈런이었고 대구 구장이었다면 펜스를 맞았을만한 타구였죠. 목동의 작은 구장 덕을 삼성이 보게 되었네요. 박한이 홈런 이전에 3차전의 승부의 흐름은 8회 투아웃 이승엽 타석에서 갈라졌습니다. 이승엽은 머리를 푹 숙인채 1루를 성큼성큼 갔습니다. 


이승엽 타구는 평범한 플라이아웃 같았습니다. 하지만 2루수 서건장의 움직임은 그게 아니였어요. 서건창은 외야쪽으로 가야했지만 2루쪽으로 가다 한번 라이트에 타구 방향을 잃은 듯하다가 다시 외야쪽으로 달려갑니다. 중견수 이택근은 이승엽이라 펜스 가까이 위치했었고 뛰어 왔지만 타구의 방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약간 비켜가면서 잡지 못했습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허구연 해설위원의 말대로 공을 따라가지 못한 강정호의 잘못일까요?



[그림 1] 강정호, 서건창, 이택근 위치 및 움직임, 타구 방향



중견수 이택근, 유격수 강정호, 2루수 서건창, 이 세 선수의 최초 위치는 위 그림1과 같이 추정됩니다. 위치상으로 보면 강정호가 따라갔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어요. 가장 가까운 위치였죠. 하지만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림 2] 하얀 타구 잔상이 선명하다.


강정호가 따라가지 않은 건 2가지로 추측되는데요, 최초의 타구 방향이 투수 시점 약간 왼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위 그림2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요, 좌우의 공간은 왜곡되지만 수직선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승엽 타구가 투수시점 왼쪽으로 약간 치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정호는 타구가 맞는 순간 왼쪽으로 공이 날라갔다고 판단해서 적극성을 덜 띄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머리 위로 뜬공이니 중견수가 처리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강정호는 타구를 따라가던 도중 타구 방향을 놓친 것으로 보였고 2루수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림 3] 높이 솟아 오른 타구, 강정호는 타구 방향을 잃은 듯 쫒아가다 포기하고 말았다.


2루수 서건창은 외야 방향인 뒤쪽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2루쪽으로 공을 따라갑니다. 그러다 갑자기 중간에 타구를 잃은 듯 보였고 잠시 중간에 멈칫하는 동작 뒤에 외야쪽으로 달려 들어갔죠. 그리고 낙하 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했어요. 타구 방향만 정확히 판단했으면 서건창이 잡을 수도 있었던 타구였죠. 



[그림 4] 높이 솟아 오른 타구, 강정호는 타구 방향을 잃은 듯 쫒아가다 포기하고 말았다.


이택근의 수비가 깊지 않았다면 타구의 체공시간이 길어 잡을 수 있을만한 타구였어요.하지만 깊게 수비를 했고 달려왔지만 낙하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공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이택근이 조금만 늦게 달려들었어도 잡을 수 있었어요. 이택근은 달려 들어오던 서건창 때문에 잡기 불편했을 것으로 보이네요. 결국 행운의 안타가 되고 만 것이죠.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격수 강정호: 타구를 따라가다 놓쳤다. 그 뒤로 적극적으로 따라가지 못했다.

2루수 서건창: 타구 방향을 놓쳐 돌아서 갔고 결국 이택근에게 방해만 되었다. 

중견수 이택근: 수비 위치가 좋지 못했고 낙하 지점을 판단 못해 오히려 공을 지나쳤다. 


거리가 가까웠던 강정호가 미리 가서 위치를 잡고 콜을 외쳤으면 잡을 확률이 제일 높지 않았을까?


3명의 선수 모두 타구 판단을 제대로 못할 정도면 하늘에서 마법이 일어난 겁니다. 바람에 의해서 아니면 요상하게 스핀이 먹어 타구가 생각보다 더 휘어나간 것일수도 있고 조명에 공이 들어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승엽은 오른쪽으로 공을 날렸는데 바나나킥처럼 낙하 지점은 왼쪽이었습니다. 약속의 8회 이승엽이 또 8회 마법을 부리고 말았네요. 


넥센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았던 것을 위안 삼아야겠네요. 삼성팬 입장에서는 최고의 꿀 경기를 맛 보았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0:1로 질 것 같았던 경기가 8회 행운의 안타로 동점이 되었고 목동 구장의 덕을 본 박한이의 투런 홈런까지 나왔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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