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5차전 범가너 완봉승, "커쇼 보고 있나?"
매디슨 범가너가 월드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캔자스시티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범가너가 9회 경기를 끝내는 순간 정말 소름 끼쳤습니다. 그 순간 클레이튼 커쇼가 오버랩되면서 범가너가 나 이런 사람이라고 커쇼한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서 완봉승이 조쉬 베켓이 2003년에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라고 합니다. 커쇼가 그랬어야 했는데...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올라갔어야 했는데...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네요. 캔자스시티가 어떻게 하든지 4차전을 잡아야 했는데요, 6차전과 7차전 연속으로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힘든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월드시리즈 5차전을 정리하면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수비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수비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졌고 자이언츠가 0:2로 앞서게 되었어요. 6회까지 제임스 쉴즈는 꽤 선방했습니다. 경기 후반을 도모해야 했던 로열스는 그들의 자랑 철벽 불펜진이 무너졌습니다. 믿었던 켈빈 에레라와 데이비스 웨이드가 자이언츠 타자들에게 맞아나갔죠.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1차전에서도 범가너를 공략 못했고 5차전에도 범가너를 극복 못하고 겨우 4안타만 치며 뼈아픈 패배를 맛 보아야 했어요. 이로써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한 경기라도 패하면 월드시리즈가 막이 내리는데요, 이제 그들은 한 경기 한 경기 기적을 이루어야 합니다.
월드시리즈 5차전 범가너 완봉승, "커쇼 보고 있나?"
올해 전반기까지 매디슨 범가너는 류현진과의 동반자였고 또 류현진의 경쟁자였고 류현진이 따라잡아야 하는 그런 존재로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후반기 이후 특히 포스트시즌의 모습은 류현진보다 한 단계 더 기량이 뛰어난 투수로 급성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범가너는 내년 시즌 커쇼 대항마로 예약을 한채 사이영상까지 도전할만한 투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차전 우승 팀을 피츠버그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전문가 중 자이언츠를 지지하는 대다수는 범가너의 존재로 인해 자이언츠가 이길 것으로 예상을 했었어요. 범가너는 해냈고 글쓴이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범가너가 다저스와 경기에서 항상 압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범가너가 최고의 투수라는데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을 범가너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글쓴이가 예상하면 거의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경향을 뒤집어 놓은 게 범가너 입니다. 1차전 범가너가 있어 자이언츠의 승리로 예상했고, 5차전 또한 그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자이언츠가 승리할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범가너는 예상대로 승리를 지켜주었습니다.
범가너의 구위가 어땠는지 PITCH/fx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범가너 자료를 설명하기에 앞서 왼손 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의 자료를 함께 가져왔는데요, 비교해가면서 보면 범가너의 구위를 두 투수를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용어 설명
H-Break = 수평 움직임, V-Break = 수직 움직임, BIP(Balls in play) = 인플레이가 된 공, Whiffs = 헛스윙 수, SNIP (Strikes Not In Play) = 인플레이가 되지 않은 스트라이크 개수, 인플레이가 되는 어떠한 공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LWTS(Linear weighted outcomes per pitch tupe) = 피치 당 계산된 가중치의 합, 기대 득점(Run Expectancy)을 투구에 적용시켰다고 보면 된다.
LWTS 공식
Runs = .47*1B + .78*2B + 1.09*3B + 1.40*HR + .33*(BB + HB) - .25*(AB-H) - .50*OOB
2014년 10월 26일 매디슨 범가너 경기 PITCH/fx
2014년 10월 7일 클레이튼 커쇼 경기 PITCH/fx
2014년 10월 6일 NO.99 류현진 경기 PITCH/fx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투수 시점으로 왼쪽으로 휘어서 들어갑니다. 패스트볼은 평소보다 약간 좋지 못했습니다. 올해 후반기 패스트볼 수평,수직 움직임이 6.45, 9.64인데 반해 아주 약간 그 수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커쇼의 패스트볼은 똑바로 가는 일직선 패스트볼이라면 범가너의 패스트볼은 투심처럼 옆으로 휘고 그보다 더 옆으로 휘는 패스트볼을 류현진이 던졌었네요.
범가너의 커터는 커쇼와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범가너의 변화구 구위는 전반적으로 다 좋았는데요, 그중 커터의 구위가 정말 좋았습니다. 커터의 수직 움직임이 2인치까지 떨어졌습니다. 커쇼의 슬라이더 수직 움직임은 3인치, 류현진의 수직 움직임 4인치와 비교해보면 범가너의 커터가 평소보다 아주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범가너가 평소에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수직 움직임이 4인치였죠.
가을의 남자 매디슨 범가너, 커쇼가 가지지 못한 우승 반지를 3개째 끼려고 한다.
매디슨 범가너는 커쇼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습니다. 바로 체인지업인데요, 어쩔 수 없이 류현진하고만 비교해야겠군요. 범가너의 체인지업이 류현진 체인지업보다 더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체인지업의 수직 움직임이 4인치까지 떨어졌어요. 범가너가 평소에 던지던 체인지업의 수직 움직임은 6인치 정도였죠. 하지만 이날 2인치나 더 떨어졌어요. 앞서 커터도 2인치 더 떨어졌다고 했는데 체인지업마저 긁혔습니다.
범가너의 커브는 참 소박합니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의 커브의 구위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재미있는 것은요, 범가너의 커브는 옆으로 많이 휘는 특성이 있습니다. 류현진의 커브도 커쇼의 커브에 비하면 옆으로 휘는 커브인데 범가너의 커브는 류현진 커브보다 더 휘어서 들어갑니다. 그래서 오른손 타자 상대로 이 커브를 바깥쪽 위주로 던져야 하고 각 자체가 소박하기 때문에 무조건 낮은 쪽으로 던져야 합니다.
커브마저 긁혔는데요, 평소보다 수직 움직임이 2인치가량 좋아졌고 수평움직임도 1.5인치가량 늘어났습니다. 패스트볼은 거의 평소와 다를 바 없었고 커터, 체인지업, 커브 이 세구종이 평소보다 약 2인치가량 구위가 좋아지면서 범가너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커터가 한가운데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헛스윙으로 삼진을 잡곤 했는데요, 평소보다 더 좋아진 구위 때문에 이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을의 남자 매디슨 범가너 완봉승 바로 이 맛이야!
범가너는 9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8개 잡았습니다. 범가너와 버스터 포지 배터리는 위기 상황에서 삼진으로 극복하려고 볼배합을 가져갔습니다.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득점권 상황에서 안타를 쳐야 했고 배터리는 치려고 하는 로열스 타자들의 욕심을 역이용해서 삼진을 일구어냈습니다. 특히 5회 1사 2루 상황에서 커브볼로 두 타자 연속 삼진 잡는 모습은 커쇼를 연상케 했어요. 큰 위기는 아니었지만 위기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모습에 소름 돋았습니다.
범가너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범타를 유도해냈다면 커브로 삼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은 실투가 조금씩 나왔는데요, 긁힌 구위 덕도 있고 잘 섞어 던져 실투가 나와도 범타 아니면 파울이나 헛스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커브로 6개의 삼진을 잡은 매디슨 범가너, 커브의 실투가 없다.
범가너가 오늘 좋았던 이유 중 한가지는 바로 커브였는데요, 실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제구했고 삼진을 잡기 위해 가운데 코스로 던질 때는 무릎 아래로 철저하게 떨어뜨렸습니다. 커브로 6개나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범가너의 커브 제구가 기가 막히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범가너가 완봉승을 거두기 전 올해 범가너의 가을야구 기록은 샌디 쿠팩스에 근접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완봉승 후에 기록이 더 좋아졌습니다.
샌드 쿠펙스 통산 성적
월드시리즈 (포스트시즌) / 8경기/ 4승 3패 / 0.95 ERA / 이닝
매디슨 범가너 완봉승 전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 / 12경기 / 6승 3패 / 2.54 ERA / 74 1/3이닝
2014 포스트시즌 성적 / 5경기 / 3승 1패 / 1.40 ERA / 38 2/3이닝
월드시리즈 성적 / 3경기 / 3승 무패 / 0.41 ERA / 22이닝
매디슨 범가너 완봉승 후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 / 13경기 / 7승 3패 / 2.27 ERA / 83 1/3이닝
2014 포스트시즌 성적 / 6경기 / 4승 1패 / 1.13 ERA / 47 2/3이닝
월드시리즈 성적 / 4경기 / 4승 무패 / 0.29 ERA / 31이닝
월드시리즈 성적 좀 보세요. 4경기 나와서 4승 무패 거기에 평균자책점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0.29 ERA 와 정말 희귀한 기록입니다. 쿠펙스가 이루어놓은 8경기에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월드시리즈 성적은 쿠펙스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이제 범가너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가 가을 야구 최고의 투수라는 것을 만방에 떨치고 있습니다.
"커쇼 보고 있나? 내가 샌디 쿠펙스 같은 일을 해내고 있고 포스트시즌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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