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야기

약속의 8회, 쉽지만 않았던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베이스볼젠 2014. 9. 29. 00:55

전력차이가 월등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이라 손쉽게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빅이닝을 가져갈 수 있는 찬스가 있었습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너무 쉽게 삼진 아웃을 당했고 나성범도 땅볼 아웃이 되고 말았어요. 1회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주 힘든 경기로 몰아갔어요.


대만 선발 투수 궈지린의 체인지업은 포크볼처럼 아주 좋은 수직움직임을 보여줬고 대표팀 타자들은 체인지업에 대처하지 못하고 패스트볼 궤적으로 스윙하며 삼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궈지린은 대만체대 소속으로 프로무대를 밟은 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선수입니다. 한국 대표팀은 궈지린에 대해 아마추어 경기에서 6경기 4승 무패 1.41 ERA에 140~143km/h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라고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대표팀은 궈지린에 대해 전력분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궈지린은 최고 구속 156km를 찍을 정도로 패스트볼이 좋았습니다. 궈지린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투구폼에서 나왔습나다 게다가 권지린이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스윙 속도까지 빨라 패스트볼로 착각할 수 있을만한 좋은 공이었어요. 궈쥔린의 체인지업은 130km 정도에 형성되었습니다. 



대학생 투수 아마추어 궈지린



대표팀 타자들은 권지린의 낙폭 큰 체인지업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12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어요. 대표팀은 5회부터 권지린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요, 손아섭의 적시타로 1점을 뽑을수 있었고 김현수 타구를 대만 유격수가 실책해 대표팀은 1점을 더 달아날 수 있었습니다. 


역전도 잠시 6회초에 대만에게 점수를 2점 내주며 다시 역전을 허용했어요. 김광현은 전반적으로 공이 좋지 못했어요. 특히 패스트볼이 높게 형성되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전반적으로 좌우 상하 모두 넓었는데 김광현은 그 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투구를 하지 못했어요. 


머리속에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만에 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어요. 7회 3: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이 나옵니다. 양현종이 나오자마자 2루타를 맞더니 연속 2안타로 무사 주자 1,3루가 되었어요. 한점차이라도 더 나게 되면 더 어려워질수도 있는 흐름이었습니다. 


한국팀 킬러로 급부상한 천관위


만약에 대표팀이 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번 패배로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까? 대표팀 구성에 많은 문제가 있었을까? 양현종은 도데체 뭐하는 선수일까? 류중일 감독은 왜 선발투수인 양현종을 불펜에 올렸을까? 몇몇 선수들의 군복 입은 모습이 떠올랐고수많은 생각이 동시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무사 1, 3루입니다. 물론 만루 상황에서 득점을 못 낸 대표팀도 있지만 무사 1, 3루 상황에서 무득점으로 틀어 막는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의 핵심 불펜 요원인 안지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안지만은 마무리 오승환 투수에 가려 많은 하이라이트를 받지 못한 투수였죠. 사실 그가 있었기에 삼성이 8회를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까? 


안지만 선수는 140km 후반대 제구된 패스트볼을 앞세우며 대만 7번 타자 주리런을 삼진 아웃 시킵니다. 2아웃만 더 시키면 무실점으로 틀어 막습니다. 8번 타자 린쿤셩의 타구가 빗맞은 안타로 내야를 넘겨 중견수 앞에 떨어질 것을 보였습니다. 1점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중견수 나성범이 전진 수비하고 있어 그 타구를 잡은 것입니다.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정상적인 위치였다면 잡기 힘든 타구였어요. 나성범의 수비 위치는 정말 신의 한수였습니다. 2아웃 이후 좌익수 플라이 아웃이 나왔고 기적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었죠.



철벽 불펜, 안지만


약속의 8회, 선두타자로 나왔던 민병헌 선수가 좌투수 상대로 타율 0.429를 치고 있었고 첫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믿음이 갔습니다. 민병헌 선수는 꼭 출루해야했던 8회 좌익수 앞 1루타를 쳐 불씨를 살려냈습니다. 2번타자 손아섭 선수는 왼손 타자고 발 빠르고 1, 2루간 타구를 쳐 낼 수 있는 타자였기 때문에 번트 지시는 내리지 않았나 봅니다. 


적시타를 때렸던 손아섭이라 기대를 했습니다만, 볼 카운트를 좋게 가져가지 못하며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어요. 1구에 번트 헛스윙이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꼼짝없이 당했습니다. 손아섭은 영웅 스윙을 자제해야 했어요.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했어요. 박찬호 해설위원은 손아섭이 진루시키지 못한 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는지 계속 해서 그 부분을 지적합니다. 



박찬호에게 찍힌(?) 손아섭


타격 기계, 사못쓰 3번타자 김현수 타석입니다. 김현수는 왼손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좌투수에 강한 타자인데요, 좌투수 상대 0.380이고 우투수 상대 0.280입니다. 김현수는 천관위 상대로 안타를 때려 냅니다. 민병헌이 2루에 있었으면 적시타였지만, 1루에 있었던 관계로 3루까지 진루합니다. 


천관위는 대표팀 상대로 매우 잘 던졌는데 강속구 투수 뤄지아런으로 교체되고 맙니다. 한국 대표팀에게 기회가 온 것이죠. 157km까지 찍었던 뤄지아런은 4번 타자 박병호 상대로 볼넷을 내줍니다. 대만팀에 변변한 투수가 없나 보군요. 1사 만루 상황에서 뤄지아런은 강정호에게 몸에 맞는 볼로 동점을 허용합니다. 나성범의 내야 땅볼로 1점을 얻어 2사 2,3루가 됩니다. 


앞서 대한민국이 2:1로 이기고 있었지만, 경기가 순식간에 2:3으로 뒤집혔듯이 4:3리드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점수입니다. 쐐기를 박는 점수가 필요했어요. 황재균은 뤄지아런의 높은 볼을 밀어쳐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이며 6:3을 만듭니다. 그가 해냈습니다. 아시안 경기 금메달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아시안 게임 최초 모자 금메달의 대업도 이루었습니다.



황재균, "나는 황청이, 광고균이 더이상 아니다."


점수 낸 후 8회를 조심해야 했는데 안지만 선수가 잘 막아줬고, 9회에는 임창용과 봉중근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하였습니다. 정말 쉽지 않았던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이었습니다. 사실 도하 참사가 또 한번 재현 되는 듯 했어요. 마음 푹 놓고 보아야할 야구 금메달을 마음 졸이며 보았어요. 8회 극적인 드리마가 한번 펼쳐지며 감동적인 경기가 되었습니다. 


대표팀이 대만 상대로 비교적 잘 싸웠지만, 숙제도 남겼습니다. 상대 전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소속인 쟝샤오청이나 좌완 린이샹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어요. 아마추어 선수 궈진린에 대해 전력분석을 소흘히 했습니다. 프로선수로서 그의 체인지업에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어요. 대표팀은 예선전에서 길들여진 영웅 스윙으로 일관하다 자칫 금메달을 잃을 뻔했어요. 



안지만과 아이들



결승전 한국 대표팀 평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병헌  4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

뛰어난 리드오프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8회 민병헌이 선두타자로 출루하지 않았다면 약속의 8회가 왔을까요? 우익수 자리에서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손아섭 ☆ 5타수 2안타 1타점

손아섭의 5회 동점 적시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후 대표팀은 2:1로 역전시켰고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죠. 손아섭이 전체적으로 잘했지만, 8회 상황에서 진루타 이상 때리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김현수 ☆ 3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역시 김현수였습니다. 8회 손아섭이 범타로 물러나 좋지 못한 상황에서 안타를 뽑아내 주자 1, 3루를 만듭니다. 김현수가 없었다면 8회도 없었습니다. 


박병호  3타수 0안타 1득점 1볼넷 

대표팀 4번타자 박병호의 활약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1회 해결을 해줄 것 같았지만, 그러지 못했네요. 삼진을 무려 2번이나 당했고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 하나 치지 못했어요. 1루 수비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너무 많은 부담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해 나기갈 바랍니다. 그에게 별점 1점을 준 것은 8회 볼넷을 잘 골라 나갔기 때문입니다. 


강정호  3타수 0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강정호의 몸에 맞는 공으로 8회 동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네요. 1회 박병호와 함께 삼진을 당한 것은 대표팀을 힘들게 만들어었어요.


나성범  4타수 0안타 1타점 0

기대했던 나성범은 박병호,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안타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8회 느린 내야 땅볼로 역전을 시켰습니다. 나성범은 중견수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팀 실점을 최소화했습니다. 


황재균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5회 선두타자였던 황재균은 안타로 포문을 열며 대표팀이 5회 2득점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8회 2타점 싹쓸이 안타는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의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한방이었습니다. 이번 경기 MVP로 황재균을 뽑고 싶네요. 


강민호 ☆ 1타수 0안타 0볼넷

한국 프로 야구 최고 연봉자가 강민호인가요? 강민호는 수준 낮은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에서 왜 안타 하나도 칠수가 없는거죠? 클래스가 있던 선수라 리바운드할 가능성이 있지만, 2013년 타율 0.235, 2014년 타율 0.232로 2년 동안 비슷한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대 주전 포수로 그만 봤으면 좋겠네요.


이재원 ☆ 2타수 0안타 0볼넷

이재원 포수 볼배합이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안지만과 호흡을 맞출 때 과감한 몸쪽 승부 유도가 인상적이었네요. 결승전 선발 포수로 이재원을 기용해야 했어요. 타격도 강민호보다 기대되고 선발투수였던 김광현과 같이 SK에 소속되어 있어 누구보다도 김광현을 잘 보필할 수 있었습니다. 


오재원 ☆ 4타수 1안타 0볼넷

욕 먹는다고 고생많았습니다. 2루 수비가 기똥차지는 못했어요. 



맘 고생 심했던 오재원


김광현 ☆ 5.2이닝 5피안타 1볼넷 4삼진 3실점

김광현이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불펜투구에서는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더욱더 아쉽게 느껴지네요. 


한현희  0.1이닝 1삼진

짧은 이닝이었지만 실점을 막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광현을 5회에 내리고 한현희를 6회 1이닝 투구하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양현종  0.0이닝 2피안타

한기주에 이어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네요. 양현종이 없었다면 안지만도 없었고 나비효과로 인해 약속의 8회도 없었을 것입니다. 양현종이 없었다면 극적인 반전 드라마는 없었어요.


안지만  2.0이닝 0피안타 3삼진

2이닝 퍼펙트입니다. 안지만이 없었다면 금메달도 없었습니다. 당신을 공식 병역브로커로 임명합니다. 


임창용  0.1이닝 0피안타 

수고하셨습니다.


봉중근  0.2이닝 0피안타 

봉중근 의사 수고하셨습니다. 



대표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