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결과

분노의 다저스 자이언츠 상대로 17 대 0

베이스볼젠 2014. 9. 14. 16:12

다저스가 이전 경기에 게임스코어 0:9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초상집 분위기였는데요, 하루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자이언츠 상대로 무려 17:0이라는 어마어마한 점수차이로 제대로 된 복수전을 가졌네요.


이전 경기에서 다저스가 자이언츠에게 떡실신 당했다고 표현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 다저스는 자이언츠를 떡실신시켰을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털어가 버렸습니다. 다저스는 어떠한 자비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천재가 집중하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네요.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100년이 넘는데요, 뉴욕에서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1890년부터 서로 맞붙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스코어 17:0은 자이언츠가 다저스와 함께 1958년 서부로 옮긴 이후 다저스 상대로 최악의 패배라고 합니다. 


다저스팬 입장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는 게 확실한 복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자이언츠 전력으로 볼 때 "적어도 1점 정도는 뽑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해보았어요. 하지만 남자의 로망 17대1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저스가 2회에 8:0, 3회 마치고 9:0이 되자 자이언츠 감독 브루스 보치는 그레인키 상대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자이언츠의 상징 포수 버스트 포지를 1타석만 기용하고 4회초 백업에 백업 포수 기에르모 퀴로즈(Guillermo Quiro)를 기용하며 GG를 쳤습니다. 


4회 다저스가 2득점 하여 11대0이 되었고 6회에는 4점을 보태 15대0 그리고 7회에 2점으로 결국 17대0이 되고 말았습니다. 보치 감독은 중심 타자 대부분 2타석 만에 교체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분노의 다저스 자이언츠 상대로 17 대 0



다저스 1번 타자로 나섰던 디 고든은 무려 7타석을 기록했습니다. 고든 외에 중심 타자들은 5타석 정도만 소화하고 백업 선수들로 교체되었습니다. 기록지가 너덜너덜해지는 경기였는데요, 다저스는 안타를 무려 24개나 쳤고 홈런을 무려 3개나 치며 무시무시한 화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저스에서 안타를 못 친 타자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타자 대부분이 멀티 안타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핸리 라미레즈는 5타수 4안타를 때렸네요. 3안타를 때렸던 선수는 푸이그, 맷 캠프입니다. 3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맷 캠프, 칼 크로포드입니다. 칼 크로포드는 타율이 .291까지 올랐네요. 곧 3할까지 오릴 기세입니다. 


공수에서 가장 활약이 돋보였던 선수는 바로 잭 그레인키입니다. 잭 그레인키는 자이언츠 상대로 통산 5경기에 나와 3승 0패 2.3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요, 올 시즌은 자이언츠 상대로 3경기에 나와 3승을 거두며 1.80 ERA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자이언츠 상대 전적 4승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레인키는 바깥쪽 승부를 주로 하였고, 바깥쪽 낮은 코스의 제구가 돋보였습니다. 



그레인키는 1회 위기 상황에서 2루 주자를 두고 버스터 포지를 상대했습니다. 그레인키는 이전 두 명의 타자와 승부에서 패스트볼을 주로 91마일 정도로 던졌는데 포지 상대로는 93~94마일까지 끌어올려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포지는 낮게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잘 받아쳤고 우익수 맷 캠프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습니다. 그레인키가 분명 못 던진 공이 아닌데요, 포지가 정말 잘 치네요. 맷 캠프의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로 2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며 위기를 잘 넘어갔습니다. 



[표1] 그레인키 투구 PITCH/fx, 2014년 9월 13일 자이언츠 경기


표1은 그레인키의 PITCH/fx 데이터인데요, 모든 구종의 구위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정말 좋네요. 특히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던지는 각도와 회전이 반대이기 때문에 투수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지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그레인키는 둘 다 아주 수준급으로 잘 던집니다. 


그레인키의 체인지업이 놀라운 것은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류현진이 슬라이더 각을 위해 팔각도를 올리다 보니 팔 스윙이 변했고 이전에 잘 떨어지던 체인지업이 밋밋해졌다고 LG 양상문 감독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 단위: 피트 

2013 류현진 / 포심 6.09 / 체인지업 5.92 / 슬라이더 6.10 / 커브 6.18

2014 류현진 / 포심 6.09 / 체인지업 5.95 / 슬라이더 6.09 / 커브 6.13 <- 7월 21이전

2014 류현진 / 포심 6.10 / 체인지업 5.94 / 슬라이더 6.20 / 커브 6.16 <- 7월 21이후

2014 그레인 / 포심 6.27 / 체인지업 6.14 / 슬라이더 6.27 / 커브 6.16


신기하게도 그레인키의 체인지업은 류현진보다 릴리스포인트가 더 높지만,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류현진이 포심 패스트볼보다 0.16피트 더 아래로 체인지업의 릴리스포인트를 가져간다면 그레인키는 0.13피트 아래로 가져갑니다. 결론은 그레인키가 류현진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것인데요, 두 선수의 체인지업 수직 움직임의 차이는 공 회전 각도에 있습니다. 


체인지업이 더 많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수평 각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요, 오른손 투수일 경우 270도가 수평에 해당하고 왼손 투수일 경우 180도가 수평에 해당합니다. 그레인키는 257도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류현진은 137도로 체인지업을 던집니다. 수평 대비 그레인키의 체인지업은 13도가 차이 나고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43도나 차이가 나게 됩니다. 류현진이 180도 가까이 체인지업 각도를 만든다면 체인지업의 수직 움직임이 현저하게 낮아져 공 구위가 살아나게 됩니다.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는 그레인키


그레인키의 패스트볼이 평소보다 좋았고 특히 커브볼의 수직 움직임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그레인키의 모든 구종이 긁힌 날이네요. 헛스윙(WHIFFs/%)보면 그날 경기의 구위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헛스윙이 어느 한 구종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골고루 퍼져있네요. 


그레인키는 6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습니다. 그레인키는 투구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타격에서도 대폭발하였습니다. 그레인키는 펜스를 맞는 2루타와 홈런을 쳤는데요, 다른 구장 같았으면 2루타마저 홈런이 될만한 타구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가 어떤 구장인가요? 홈런이 가장 적게 나오는 구장이 바로 AT&T입니다. 그레인키가 다저스 홈구장보다 치기 어렵다는 AT&T 파크에서 홈런을 쳤습니다. 그레인키는 올해 가장 중요한 시점에 투타 모두 최고의 날을 보냈네요. 


AT&T 파크 홈런 팩터

2011년 30위 0.596개 / 2012년 30위 0.522개 / 2013년 28위 0.768개 / 2014년 30위 0.632개 

참고: 다저스 2014년 5위 홈런 1.273개 


AT&T 파크는 해수면에 위치해 있고 습도가 높고, 최근 온도가 밤 8시경 17도로 낮습니다. 바람 방향까지 외야에서 내야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홈런 나올 확률은 다른 구장에 비해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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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멍군한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최고의 혈전이 벌일 예정입니다. 자이언츠가 이대로 물러설 팀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커쇼가 나섭니다. 다저스 타자들의 오른손 투수에게는 정말 강한 편인데요, 오른손 투수 상대 팀출루율이 .332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은 3위를 기록하고 있네요. 야구가 의외성을 가지는 스포츠이긴 합니다만, 기록대로라면 다저스의 해피 엔딩이 예상됩니다. 



그레인키 활약상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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