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류현진

류현진 너클 커브 그립의 비밀

베이스볼젠 2014. 7. 25. 10:17

류현진의 커브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난 피츠버그 경기에서 류현진은 초반에 하드 슬라이더로 타자를 혼란에 빠트렸죠. 타자들은 중반부터 류현진의 하드 슬라이더에 적응했습니다. 슬라이더 대부분이 볼이 되는 유인구였기 때문에 타자들은 슬라이더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류현진은 타자들이 슬라이더에 속지 않자 후반부터는 커브로 유혹하죠. 류현진은 낙폭이 아주 큰 커브를 던졌고 타자들은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맞출 수 없었습니다. 타자들은 커브가 들어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제대로 칠 수 없는 마구였던 셈입니다. 


피츠버그 감독 클린트 허들리는 류현진의 커브를 극찬합니다. 그는 올해 보았던 커브 중에 가장 낙폭이 컸고 13~15인치 정도로 떨어졌으며 71~74마일로 느리게 던져 패스트볼과 20마일 정도 차이가 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보통 감독들이 상대 팀 투수가 좋은 공을 던졌을 때는 칭찬을 합니다. 감독의 극찬이 입에 발린 말일 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상대 팀 선수 상대로 근거 없는 말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류현진 너클 커브 그립의 비밀



류현진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샌디에이고 경기에서 위력적인 하드 슬라이더를 선보였는데요, 그 당시 샌디에이고 감독 버드 블랙은 류현진을 던진 슬라이더 중 가장 좋은 슬라이더였다고 칭찬을 했었죠. 이번에 허들리 감독의 극찬은 블랙 감독의 칭찬과 달리 올해 본 가장 좋은 커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류현진이 올해 던졌던 커브가 아니라 올해 본 모든 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커브를 던졌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피츠버그 감독 클린트 허들리의 인터뷰 원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중계 화면으로 봐도 좋은 커브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적장의 극찬으로 류현진 커브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커브의 일인자가 아니었기에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커쇼에게서 커브는 베켓에게서 배웠다고 인터뷰했습니다. 


피츠버그 감독 클린트 허들리의 인터뷰 원문

"[He] probably had the biggest drop in curveball we've seen this year as far as depth," Hurdle said. "It was 13-15 inches of drop. He can throw that down at 71-74 [mph] and the fastball is 92, 93. He's covering 20 [mph] and he has a cutter. The guy's got weapons, and he's a cool cat on the mound. He stayed away from the barrel."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 중 한 명인 오렐 허샤이저는 ESPN 다저스 해설을 맡고 있는데요, 그는 류현진을 중계 내내 류현진의 스터프가 뛰어나고 마치 커쇼를 보는 것 같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눈은 한결같나 봅니다. 그 이유는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커브가 예전에 비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보았는데요, 류현진의 커브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다저스 조쉬 베켓과 필리스 A.J. 버넷 너클 그립 비교




류현진 커브가 달라진 이유는 바로 너클 커브 그립에 있습니다. 류현진이 베켓에게 배웠던 너클 커브 그립은 기존의 커브와 다른데요, 검지(index finger)를 구부려 공의 표면에 접어 넣습니다. 선수들은 검지를 접지 않고 구부려 그립을 잡기도 하는데요, 그 그립의 대표주자가 바로 너클 커브의 달인 A.J. 베넷입니다. 


A.J. 버넷은 현역 투수 중에서 너클 커브를 가장 잘 던지는 달인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너클 커브에 대해 먼저 살펴본 후에 류현진의 커브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너클 커브의 그립은 엄지와 중지를 사용해 잡은 부분이 반(1/2)으로 나뉘도록 실밥을 잡습니다. 그다음 검지를 접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죠.



왼쪽 그립: 베켓 너클 커브, 오른쪽 그립: A.J. 버넷 너클 커브



너클 커브 그립을 잡고 어떻게 회전을 주는가에 따라 너클 커브볼과 일반 커브볼로 분류됩니다. A.J. 버넷은 검지를 접지 않고 구부려 던지는데요, 일반 커브처럼 많은 회전을 주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커브가 초당 21~26번 정도의 회전을 하는데요, 버넷의 너클 커브는 초당 약 14번의 회전을 가집니다. 일반적인 커브가 평균 76마일 정도 되는데요, 버넷의 커브는 81.6마일(76.4~85.3)에 이릅니다. 


버넷의 너클 커브는 일반 커브와 비교하면 회전수가 55~67%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5.6마일 약 7% 정도 더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버넷의 너클 커브는 일반적인 커브보다 낙폭이 작고, 릴리스 포인트가 낮습니다. 그런데 이 너클 커브는 타자가 생각한 각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떨어집니다. 정리하면 버넷은 일반적인 커브의 회전수를 약 반 정도 줄이고, 더 빠르게 던져 너클 커브의 각을 예리하게 만들었습니다. 


류현진은 너클 커브 그립을 잡고 커브를 던지지만, 류현진의 커브는  A.J. 버넷이 던지는 너클 커브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커브볼에 속합니다. 류현진은 베컷한테 배운 너클 커브 그립을 잡고 평소 던지는 커브처럼 던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의 너클 커브 그립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요? 너클 커브 그립이 가져다준 변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클 커브는 뾰족 튀어나왔다고 스파이크 커브(Spike Curve)라고도 불리는데요, 사진을 보고 따라 해보면 너클 커브 그립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손가락을 접게 되면 피가 쏠릴 정도로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상태가 되는데요, 그립이 편한 상태가 되어야 제구하기 용이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그립을 쥐면 아무래도 제구하는데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너클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은 것은 불편한 그립과 제구를 잡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클 커브 그립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너클 커브 그립은 밀착감이 좋아집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실밥이 밋밋하고 공의 표면이 미끄럽다고 합니다. 류현진도 미끄러워서 손에서 잘 빠진다고 이야기했었죠. 너클 커브 그립은 검지를 끼워 넣는데요, 이 검지 때문에 그립감이 매우 팽팽해집니다. 


다저스에서 너클 커브를 던지는 투수는 J.P. 하우웰과 댄 해런

J.P. 하우웰의 그립은 검지를 접고, 댄 해런의 그립은 검지를 구부린다.




너클 커브 그립의 단점이 있다면 검지에 물집이 잡힐 수 있어요. 피부에 굳은살이 많다면 별일 없겠지만 피부가 선천적으로 약해 검지에 물집이 생기면 다른 공을 던질 때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저스틴 벌렌더는 너클 커브 그립으로 던지다 물집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류현진의 손가락을 보니 쉽게 물집 잡힐만한 피부처럼 보이지 않네요. 


류현진 선수가 국내 시절 높이 평가받았던 커브 그립으로 커브를 던지게 되면 공이 미끄러워 잘 채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의 회전수가 급감하게 됩니다. 회전수가 적은 커브는 류현진이 원하는 만큼 떨어지지 않아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높게 형성됩니다. 반대로 스핀이 걸린 공의 회전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더 많이 떨어집니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류현진은 각이 밋밋한 커브를 최대한 낮게 떨어뜨리도록 제구해야 했습니다.




마그누스 효과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2014/07/07 - [Main News] - 고도 기압 기온 습도 바람 등 홈런 및 비거리에 미치는 영향


류현진은 베켓이 알려준 그립대로 커브를 던지게 되고 예전과 달리 미끄러움 없이 팽팽한 밀착감을 느끼게 됩니다. 류현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와 잘 맞아떨어져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류현진은 너클 커브 그립으로 커브의 회전력을 높였습니다. 커브의 회전력이 높자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더 많은 낙폭이 생겨났고, 더 이상 커브가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류현진은 너클 커브 그립이 손에 잘 맞아 안정적인 커브를 구사했습니다.


커브

상대 팀

성적

분당 회전수

rpm

수평 움직임

inch

수직 움직임

inch

7/21 류현진

피츠버그

7이닝 2실점

1614

-4.4

-9.5

3/30 류현진

샌디에이고

7이닝 0실점

1480

-3.4

-9.0

6/18 커쇼

콜로라도

9이닝 노히트

1366

-3.5

-8.1

5/26 베켓

필라델피아

9이닝 노히트

1535

6.2

-7.9

7/08 류현진

디트로이트

2.1이닝 7실점

1341

-4.5

-7.6

7/23 버넷

뉴욕 메츠

8이닝 0실점

944

1.5

-5.1

7/19 클루버

디트로이트

8.2이닝 2실점

1578

8.7

-1.5


류현진이 7/21 피츠버그전에 보여줬던 커브의 회전수는 7/8 디트로이트전에 보여줬던 커브보다 무려 약 20% 증가하였습니다. 커브 회전수가 디트로이트전에서 평균 1341rpm, 피츠버그전에서는 평균 1614rpm을 기록하게 됩니다. 또 디트로이트전에서 커브의 수직 움직임이 -7.55인치, 피츠버그전에서는 -9.48인치를 기록했네요. 두 수치의 차이는 약 1.93인치(4.9cm)이고, 그 수치는 야구공 크기 2/3 정도에 해당합니다. 


류현진이 그날 보여준 커브 수치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그 수치는 류현진의 커브 구위가 최상급이라 것을 알려줍니다. 왜 피츠버그 감독이 류현진의 커브를 올해 본 커브 중 최고였다고 극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류현진의 커브가 최근 명품으로 바뀌었는데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은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비교 대상으로 다저스 선수 중에서 커브가 뛰어난 베켓과 커쇼를 두었고, 너클 커브 달인 A.J. 버넷과 최근 급상승 중인 클리블랜드 에이스 코리 클루버를 비교했습니다. 





류현진의 너클 커브 그립은 회전수의 향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많아진 회전수는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서 류현진의 커브볼이 더 낮게 떨어지게 합니다. 회전수와 더불어 커브의 수직 움직임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 방향이 중요합니다. 클루버처럼 3시 방향으로 회전을 주면 수평 움직임이 많아지고, 커쇼처럼12시 방향으로 회전을 주면 수직 움직임이 많아집니다. 


류현진은 자신의 문제를 파악해 디트로이트 경기때보다 자신의 팔 각도를 올렸고, 손목 각도도 함께 올라갔을 것입니다. 그 변화가 커브의 회전 방향을 12시에 가까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결국, 회전수 향상과 회전 방향의 변화는 커브의 수직 움직임이 많아지는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범례는 7월 8일 류현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류현진이 7월 8일 최악으로 부진했던 디트로이트 경기에서 커브 회전 방향은 -30.4도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 7월 21일 경기에서는 -24.8도 기록했고, 3월 30일 경기에서는 - 20.7도를 기록했습니다. 3월 30일 샌디에이고 개막전 경기에서 커브가 돋보였던 이유는 높은 회전수와 커브 회전 방향이 12시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팔 각도를 올려야 성공할까요? 선동렬 감독의 유행어 중 팔 각도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선수의 개성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랜디 존슨이 있는데요, 그들은 사이드암에 가깝게 공을 던졌습니다. 마르티네즈는 낮은 팔 각도 때문에 횡적 변화가 심해 체인지업이 예술이었고,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는 마구 그 자체였죠.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팔 각도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습니다. 한 경기 안에서 구질에 따라 팔 각도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팔 각도가 약간 내려가면 슬라이더가 횡 변화를 많이 일으켜 좋은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커브는 조금 옆으로 휘게 되겠죠. 커브의 움직임이 좋아진 이유는 팔 각도 변화보다 많은 회전수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류현진의 커브의 움직임이 좋아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너클 커브 그립이 커브의 회전력을 높여줬다. 

2. 높아진 회전력은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더 많은 낙폭이 생겼다.

3. 팔 각도가 올라가자 손목의 각도도 올라가고, 커브의 회전 방향이 12시 방향에 가까워져 수직 움직임에 도움을 줬다.


류현진은 디트로이트전에서 낮아진 팔 각도를 높였다고 기사로 전해 왔습니다. 팔 각도 관련 기사를 보니 변화구를 던질 때 커쇼만큼 팔 각도가 높아졌더군요. 그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류현진의 체인지업 몰락 원인에 대해 생각을 해왔는데요, 팔 각도가 문제가 아닐까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그 당시 류현진의 팔각도가 조금 내려갔더군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횡변화보다는 종변화가 더 컸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내에서 던졌던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타자가 스윙하면 갑자기 공이 아래로 내려가 포수 미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석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체인지업의 몰락 원인은 스피드 차이도 있고, 제구력도 있고, 구위 문제, 상대팀 분석, 손 감각 문제, 릴리스 포인트 변화 등 많은 문제로 나뉘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좋지 않은 이유를 본격적으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추가

류현진이 "팔 각도의 문제 아닐까. 슬라이더 던지다보면 팔의 각도가 올라가다 보니 체인지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서는 잘 던질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네요. 현재 체인지업 자료만 막 쌓아두고 있습니다. 체인지업 글과 상관 없이 류현진이 잘 해결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