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류현진

류현진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류펙트(Ryufect) 경기

베이스볼젠 2014. 5. 27. 22:55

류현진이 레즈 상대로 선발 수투로 나섰던 경기를 요약하면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경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옥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건져냈습니다. 퍼펙트 문전에서 7.1이닝 동안 3안타 맞고 3점 주는 것도 억울한데 승리투수까지 놓칠뻔했으니까요. 


정말 7회까지만 보면 우주의 기운이 류현진에게 쏠렸다고나 할까요? 다저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야수들의 호수비와 빨랫줄 같은 송구를 보여주며 류현진의 퍼펙트 경기 진행을 도왔습니다. 특히 저스틴 터너의 공수 부분 대활약이 눈부셨고요, 유격수 아루에바레나의 화려한 수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정말 잘 던진 날임에도 불구하고 ERA가 더 올라가는 불운한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 류현진이 기록한 ERA는 3.68이지만 FIP는 1.14로 개인 통산 4위에 해당하고, BABIP은 .167로 개인 통산 7위로 좋은 기록을 보여주었습니다.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와 BABIP(인플레이 타구 피안타율)이 동시에 좋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아래의 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Date

Team

Opp

W

L

IP

H

R

ER

HR

BB

BABIP

ERA

FIP

2014-05-26

LAD

CIN

1

0

7.1

3

3

3

0

0

0.167

3.68

1.14

2014-04-11

LAD

@ARI

1

0

7

2

0

0

0

1

0.133

0.00

1.19

2014-03-22

LAD

@ARI

1

0

5

2

0

0

0

1

0.154

0.00

1.65

2013-05-28

LAD

LAA

1

0

9

2

0

0

0

0

0.091

0.00

1.49

2013-04-25

LAD

@NYM

0

0

7

3

1

1

0

3

0.188

1.29

2.05

FIP, BABIP 둘다 좋았던 날 경기 기록


FIP과 BABIP이 좋으면 평균 자책점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FIP과 BABIP이 동시에 좋았던 기록을 살펴보면 대부분 ERA 0.00을 기록합니다. 표에 있는 경기 중 가장 좋지 못한 기록이 메츠전인데요, 7이닝 동안 3안타 3볼넷을 내주며 1.29 평균 자책점을 기록합니다. 3안타 맞고 3실점하는 경우가 정말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7이닝 무실점 혹은 그 이상을 했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FIP와 BABIP을 잘 모르신다면 아래의 문서를 참조해주세요! 


2014/04/05 - [코리안 메이저리거] - [MLB] 류현진 스탯으로 해석해 본 경기 결과


현재 A.J. 엘리스, 드류 부테라, 팀 페데로위츠 이렇게 3명의 포수가 다저스에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세 명 중서에 가장 선호하는 포수가 드류 부테라입니다. 드류 부테라는 공격력이 안되는 포수이긴 하지만 수비력만큼은 좋은 포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드류 부테라는 A.J. 엘리스보다 프레이밍 (미트질) 수치 및 수비율이 더 좋습니다. 볼배합에 대해서는 평가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인데요, 부테라는 조쉬 베켓과 함께 노히트 경기를 기록했고 통산 2번째 노히트를 달성한 포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부테라의 볼 배합이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입니다.


류현진은 포수 부테라와 처음 배터리를 이루었고, 7회까지 퍼펙트 경기를 달성하였습니다. 부테라 포수와 함께 한 류현진은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1. 슬라이더의 비중울 줄이고 커브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 이전 경기에서 슬라이더가 괜찮았는데요, 경기전 현장에서 류현진 공을 평가할 때 슬라이더가 그다지 좋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껏 커브를 체인지업만큼 구사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엘리스 때와 구종 비율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아래의 차트에서 확인해보면 패스트볼이 10% 정도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날 패스트볼은 구속도 좋았고 언터처블이었습니다. 47.4%로 패스트볼을 절반도 던지지는 않았네요. 왜 이렇게 좋았던 패스트볼을 많이 안 던졌는지 의문입니다. 

    - 7개의 탈삼진을 잡았는데요, 패스트볼로 4개, 슬라이더로 1개, 커브로 1개, 체인지업으로 1개씩 삼진을  잡았습니다. 

    - 3안타를 맞았는데요, 슬라이더로 1개, 체인지업으로 2개씩 맞았고, 커브와 패스트볼은 안타를 맞지 않았습니다. 




2. 몸쪽 높은 공을 결정구로 사용하였습니다. 

    - 삼진 7개 중 높은 공으로 4개, 낮은 공으로 3개를 기록할 만큼 몸쪽 높은 공을 결정구로 사용했습니다. 

    - 류현진은 결정구로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공략해 올 것이라는 것은 메이저리그에 정평이 나 있습니다. 타자가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여있다면 낮은볼에 초점을 맞출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타자에게 높은 공으로 공략해온다면 밸런스를 잃어 헛스윙을 하게 됩니다. 


높은 볼을 사용하여 삼진을 이끌어 냈다. 


3.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 예를 들어 몸쪽 낮은 볼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타자에게 줄기차게 그쪽 코스로 공을 던지게 합니다. 그러다 타자가 반응을 하면 생소한 코스로 볼을 던져 타이밍을 뺏고 삼진으로 만들거나 범타로 유도합니다.

   - 포수는 준비하고 계획한 정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타자의 성향을 읽고, 순간순간 다이내믹하게 볼배합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부테라가 다른 포수들보다 이런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 반응할때까지 허점을 노린다.


4. 류현진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던 경기

   - 류현진이 고개 흔드는 장면을 TV 화면 속에서는 잘 볼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포수와 사인이 주고 받은후 공을 던지려고 하는 시점에 투수를 비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드류 부테라가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류현진이 모든 구질을 지휘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너무 좋았고, 나의 일이 너무 쉬웠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만큼 류현진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경기였고, 류현진이 주도로  공배합을 이끌어 갔습니다. 

   - 5회말 라이언 로드윅은 류현진 상대로 끈질기게 11구째까지 승부를 펼쳤습니다. 11구째 던지기 전에 류현진은 포수 부테라의 사인을 거부했고 자신의 결정한 공인 체인지업을 던져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을 이끌어 냈습니다.     

  - 10구째까지 한가지 구종을 제외하고 모두 라이언 로드윅에게 커터를 당했습니다. 커터를 당하지 않았던 구종이 체인지업이었습니다. 10구째까지 체인지업을 꼭꼭 숨겨 두었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체인지업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류현진은 포수 부테라는 바깥쪽과 낮은 코스로 공략하였습니다. 경기를 관전할때는 몸쪽 공과 높은 공을 꽤나 섞어 던졌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실제 수치는 2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Inner: 몸쪽, Center: 가운데, Outer: 바깥쪽, High: 높은쪽, Middle: 중간, Low: 낮은쪽


류현진이 7회까지 퍼펙트 경기를 하다가 8회 난조를 보인 이유는 다들 잘 알고 계실텐데요, 7회 길어진 공격 시간이 분명 독이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류현진은 겸손하게 자기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는데요, 길어진 공격 때문에 투구 밸런스 및 리듬이 분명 깨졌고, 달구어졌던 몸도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또 7회 공격때 루상에 주자로 나가 있었기 때문에 체력이 손실된 부분도 간과할수 없습니다. 자 여기까지 다들 알고 계신 내용이고요, 실제 무엇이 달라졌는지 Pitch/fx 데이터를 통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7회와 8회가 달랐던 것은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속입니다. 3안타를 연속으로 맞은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데요, 분명 구위가 떨어졌습니다. 드류 부테라가 류현진이 휴식 후에도 여전히 공이 날카로웠다고 반박했지만 실제 패스트볼 구속은 이전 7회에 비해 떨어져 있었습니다. 7회에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 94.7마일을 기록했고, 8회에는 최고 구속 92.2마일을 기록했습니다. 7회 패스트볼 최저 구속이 92.6마일인데요, 8회 최고 구속보다 더 빠른 구속입니다. 분명 패스트볼 구속 저하로 인해 변화구 가치가 동반 하락하여 체인지업 공략이 한결 수월해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류현진 패스트볼의 평균 종속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7회 종속 85.9 마일은 38.3908 m/s로 환산되고, 투구판과 홈플레이트의 거리 18.44 m를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하면 투수에서 타자까지 걸리는 시간은 0.480323389초가 되고 같은 방법으로 8회 종속을 계산해보면 0.49252663초가 나옵니다. 즉 타자는 7회의 패스트볼에 비해 평균 0.01220324초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최고 구속과 최저 구속의 차로 생기는 시간은 0.019711524초가 됩니다. 분명 패스트볼이 8회에 들어서 차갑게 식었고, 퍼펙트 기록이 깨지자 제구까지 흔들려 3안타를 연속으로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7회 패스트볼 최저 구속이 92.6마일이 8회 최고 구속 92.2마일보다 더 빠르다.

최저 초속

평균 초속

최고 초속

최저 종속

평균 종속

최고 종속

7회 

92.6 93.5 94.7 85.1 85.9 87.3

8회 

90.6 91.4 92.2 83.0 83.8 84.8



류현진 경기는 편안하게 관람하는 편인데,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했네요. 류현진이 퍼펙트 경기를 하고 있을 때가 천당 같았다면, 연속 3안타에 3실점하여 승리투수마저 날아갈 위기에 놓였을 때는 그 반대였습니다. 켄리 젠슨의 위기탈출 넘버원이 아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최근 윌슨에 대한 팬심은 LA 폭동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합니다. 윌슨의 분식회계로 류현진의 평균 자책점이 소폭 상승했지만,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됐다는 것과 95마일(153km/h)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