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 1차전 류현진 좋았던 점 vs 아쉬웠던 점
류현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중계 볼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어서 보지 못한 것입니다. 다음번엔 과연 실시간 관전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류현진 선발 중계를 확인한 결과 6이닝 2실점이더군요. 류현진 선발 경기는 늘 시험 보는 기분이 듭니다. 류현진의 성적표를 받아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휴 다행히 잘 던졌구나!"
메츠 1차전을 통해 류현진의 좋았던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을 다루어 볼까 합니다.
1회 메츠의 간판타자 데이비드 라이트 상대로 볼배합 및 삼진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특히 바깥쪽 공을 던지기 위해 몸쪽 공 2개를 던진 것이 좋았고, 바깥쪽 낮게 깔린 패스트볼은 타자가 멍때리기에 충분한 공이였습니다. 결과는 짜릿한 루킹 삼진이었죠.
2회 첫 번째 좌타자인 그랜더슨 상대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배트를 내밀면 멈출 수 없는 공이었죠. 앞으로 좌타자 상대로 아주 좋은 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회 마지막 타자인 레커 상대로 바깥쪽 3구 삼진 아주 좋았습니다. 컨트롤만 유지할 수 있다면 바깥쪽 공을 후하게 잘 잡아주는 심판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좌로부터 1회말 라이트, 2회말 그랜더슨, 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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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첫 번째 좌타자인 그랜더슨 상대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는 정말 일품
3회 디그롬 상대로 바깥쪽 떨어지는 슬라이더 삼진입니다. 디그롬이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유격수로 선수 생활을 해왔었기 때문에 타격에서 무시할만한 타자는 분명 아닙니다. 이 승부에서 미루어 볼 때 왼손 타자 상대로 피안타율을 낮출 수 있는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3회 마지막 타자 그랜더슨의 삼진, 분명 패스트볼에 힘이 있었습니다. 실점 위기에 놓여있었던 류현진은 최고의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디그롬이 곤잘레스에게 홈런을 맞았던 코스와 매우 비슷한데요, 위험한 코스일 수도 있습니다. 양날의 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코스인데요, 잘못 맞으면 홈런이 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볼카운트 상황은 "1-2"이고 타자는 분명 떨어지는 코스로 공략해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럴 때 낮은 공 대신 역으로 높은 공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그전에 85마일 슬라이더로 그 코스에 사전 작업을 해 두었습니다. 패스트볼을 던진다면 타자 입장에서는 더 빨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헛스윙 삼진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패스트볼이 좋았다는 것을 반증하네요.
4회 두번째 타자 1-2 카운트에서 우타자 상대 몸쪽 슬라이더 승부 좋았습니다. 바깥쪽 공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어어어.... 안 치면 스트라이크가 되는데..." 하면서 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고 타이밍과 밸런스가 무너져 버려 헛스윙이 되고 말았습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왼손, 오른손 타자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쓰였습니다.
좌로부터 3회말 디그롬, 그랜더슨, 4회말 플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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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 2사 만루 실점 위기에 놓여있었던 류현진은 최고의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5회말 디그롬 상대 바깥쪽 일변도로 패스트볼만 던졌습니다. 포수 엘리스가 바깥쪽 낮은볼을 요구했지만 가운데로 살짝 몰리고 말았다. 유격수 출신 디그롬은 그 공을 놓치지 않았고 안타로 연결되었습니다. 슬라이더만 하나 꽂으면 삼진 먹을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볼배합을 요구하는 A.J. 엘리스가 싫습니다. 전 타석에 디그롬 상대로 훌륭하게 슬라어디로 삼진을 잡았습니다. 정답을 알고 있는데 왜 정답을 피해 가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후속타를 병살타로 이어져 문제없이 이닝을 넘기긴 했지만 분명 아쉬운 볼배합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디그롬이 5회초 마지막 타자인 류현진 상대로 철저하게 패스트볼-변화구-패트스볼-변화구로 가져갔던 것을 잊어버렸을까요? 5회말 첫 타자는 디그롬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볼배합이 대조적이었습니다.
6회 체인지업의 실투 바깥쪽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왔으나. 상대 타자 캠벨은 이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쳤습니다. 실투를 잘 받아친 타자를 칭찬해야겠네요. 왜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체인지업을 2개나 던졌고, 슬라이더 1개를 던진 후에 패스트볼을 던지게 되면 더 빨라 보이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패스트 볼은 변화구보다 장타 위험 요소가 적습니다. 실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절하지 못한 볼배합을 가져갔어요. 이 실투 하나로 2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져버립니다. 결과론을 따지기 이전에 볼배합은 나빴습니다.
좌로부터 5회초 류현진, 5회말 디그롬, 6회말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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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경기에 호투한 디그롬 이야기를 뺄 수 없겠네요. 디그롬은 못 던진 게 아니라 상대하는 다저스 타자들이 잘 쳤습니다. 안타깝게도 디그롬은 홈런 3방으로 3실점하며 메이저리그의 파워를 실감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곤잘레스, 푸이그, 라미레즈에게 각각 1점 홈런을 맞았습니다.
디그롬이 곤잘레스에게 던진 몸쪽 높은 공은 포수의 요구대로 잘 들어갔습니다. 분명 헛스윙을 유도할만한 좋은 패스트볼을 던졌는데요, 곤잘레스는 이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곤잘레스는 몸쪽과 낮은쪽 코스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디그롬이 못 던졌다기보다 곤잘레스를 칭찬해야 할 부분입니다.
푸이그에게 던진 실투 하나가 홈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사실 디그롬의 실투라기보다는 푸이그가 몸쪽 공에 강점이 있었고, 디그롬은 바깥쪽 공을 2개 던졌고 바깥쪽으로 승부하기 위해 보여주는 공인 몸쪽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이그가 몸쪽 공을 정말 잘 쳤습니다.
푸이그의 핫존 (왼쪽:2013년, 오른쪽: 2014년) 투수가 공을 던지는 시점에서 바라 본 핫존
푸이그 다음 타석 라미레즈에게 또다시 홈런을 맞게 되는데, 2-2 에서 한가운데로 몰리는 슬라이더를 던졌습니다. 라미레즈 상대로 분명 실투였습니다. 실투 던진다고 다 홈런을 맞는 것도 아니지만, 라미레즈가 그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앞서 쓴 글에서 디그롬의 슬라이더 약점에 대해서 지적했었습니다. 디그롬의 약점은 슬라이더의 각이 평범하여 낮게 제구된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으면 라미레즈 상대로 던졌던 것처럼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약점이 노출되었습니다. 슬라이더의 각이 좋으면 커쇼의 슬라이더처럼 한가운데 던져도 정타로 이어질 확률이 낮습니다.
뉴욕 메츠는 몇년간 성적이 좋지 않지만 마이애미와 더불어 좋은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그롬 같은 좋은 유망주가 있어 메츠의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제이콥 디그롬은 좋은 선수로 성잘 할 것 같습니다.
좌로부터 2회초 곤잘레스, 6회초 푸이그, 라미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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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들에게 아쉬웠던 점을 몇 자 남겨 볼까 합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과 SPOTV 대니얼 김 해설위원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래도 아쉬웠던 점을 남기면 더 좋은 방송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해보겠습니다.
허구연 해설 위원은 다음과 같은 실수합니다.
캠프가 조금 스윙이 퍼져 나오는 스타일인데, 리치도 길기 때문에 바깥쪽 공을 비교적 공에 잘 따라간다. 푸이그보다는 훨씬 홈 플레이트 쪽에 붙어 있다. 디그롬의 바깥쪽 공 잘 받아쳤다.
현실은 맷 캠프가 몸쪽 공을 때려 안타가 되었습니다.
MBC 한명재 캐스터는 디그롬의 토미존 수술 이야기를 경기 시작 전에 언급했습니다. SPOTV 캐스터 및 해설자는 디그롬의 토미존 수술 언급이 없더군요.
대니얼 김 해설위원(이하 대니얼 김)은 3회초 1사 디고든 타석때 디그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대학 2학년때 투수로 전향했다고 합니다. 디그롬 선수가 (늦게 투수로 전향해서) 긍정적인 것은 디그롬의 어깨가 싱싱하다는 것입니다.
그 뒤에 다시 대학 3학년 때 전향했다고 수정하여 말하네요. 이 부분은 단순한 말실수 정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토미존 수술받은 선수가 어깨가 싱싱하다니 이건 좀 아니네요. 다른 해설 위원이라면 30개 팀에 선수도 워낙 많으니까 가끔 실수해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메츠 프런트 출신이자 메츠 팬인 대니얼 김은 메츠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의 1인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니깐 좀 낯서네요.
대니얼 김은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바깥쪽 공을 잘 친다고 해설합니다. 글쓴이는 대니얼 김과 다른 견해입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몸쪽 공과 낮은 공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아래의 글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올해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타격 핫존은 몸쪽 공과 낮은 공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줍니다. (2014년 4월 14일 글을 쓸 때는 아래의 핫존이 업데이트가 안되었습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타격 핫존, 몸쪽과 낮은쪽에 빨간색 불이 들어와있다.
대니얼 김이 6회초 캠프 타석 때 류현진 원정 경기 무실점 기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서 실점합니다. 그렇다고 말 안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이런 말하고 나서 류현진이 실점하면 참 난감합니다.
요약하면, 메츠 1차전 류현진의 좋았던 점은 패스트볼의 위력을 다시 찾은 것과 왼손 타자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무척 인상에 남았고, 좋지 않았던 것은 디그롬에게 패스트볼만 던져 안타를 만들어 준 것과 캠벨에게 변화구만 던지다 홈런 맞은 볼배합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태평양 수준으로 매우 넓었습니다. 팀 타율이 좋지 못한 메츠를 상대해서 류현진 선수가 비교적 안타를 많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부상 후 복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부상에서 건강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류현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